국토부 "L과 H 분할도 검토했지만…효율성 떨어져"

김진수 2023. 12. 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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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혁신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일문일답
"미분양 리스크 헷지해주면 민간 건설사 유인 가능"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독점하던 공공주택사업에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철근 누락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를 막기 위해 LH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건설업계 카르텔을 깬다는 취지다. ▷관련기사: 'LH 힘 쭉 뺀다'…공공주택건설 민간과 경쟁해야(12월12일)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과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 박동선 LH 국토도시개발본부장, 오주헌 LH 공공주택사업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다음은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과 진현환 주택토지실장 등 관계자와 기자들의 일문일답.

- LH 기능 분할이 논의됐는데.
▲(김오진) 7월부터 LH 개혁에 대해 많은 내용을 검토해 왔다. 건설시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LH가 담당하는 공공주택 공급의 역할이 지대하기 때문에 처음에 검토했던 바보다는 시장의 상황과 LH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방향을 잡았다.

▲(진현환) 과거 LH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L과 H, 소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모회사를 만드는 조직 분할까지도 검토했다. 그런데 실제 검토를 해보니 오히려 인력이 더 늘어나고 비효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해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하려고 한다.

권한과 이권이 집중되는 LH의 힘을 빼는 데 중점을 뒀다. 현재 공공택지 85%, 공공주택 75%를 LH가 담당하고 연간 10조원 발주 물량에 대한 업체 선정 모두 LH가 하다보니 전관 카르텔 문제가 발생해왔다. 앞으로는 국토부와 조달청이 만든 기준에 따라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또 LH 도급방식을 민간참여 방식으로 바꿔 LH는 토지만 제공하고 민간 사업자가 시행자가 돼서 모든 설계·시공·감리를 전권으로 하도록 한다. 만약 이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고품질이라면 LH는 주택건설사업에서 손을 떼게 될 것이다.

- LH의 독점구조가 얼마 만에 깨지는 건가.
▲(진현환) LH가 2008년 통합했는데 과거 주택공사 시절에도 업체를 선정해왔다. 뉴:홈 공공분양주택을 시작으로 필요하다면 공공임대주택도 LH가 매입약정을 통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 민간에 맡기면 분양가가 오를 우려가 있지 않나.
▲(진현환) 민간 건설사는 협력업체를 통해 오히려 더 좋은 품질,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 가능하다. LH에서 받은 택지에서 민간이 자기 브랜드로 공급하는데 LH가 일부 매입약정을 통해 미분양 우려를 덜어준다. 매입한 단지는 LH 장기임대로 활용된다. 민간은 리스크는 줄어들고 자기 브랜드로 해야 하니 품질을 더욱 신경 쓰게 될 거다. 가격은 현재 공급가보다 오르지 않을 거다.

- LH 매입약정이 민간에 충분한 유인책이 되나.
▲(진현환)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자기 사업이 유리하지만 지금처럼 주택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LH 사업에 참여하는 게 리스크가 적다. 도급방식과 달리 민간 시행은 미분양 리스크를 고스란히 받게 돼 주저할 수 있는데, 정부가 파격적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해주고 미분양 리스크를 헷지해주면 민간이 선호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 전관 배제로 기술력 없는 중소기업이 입찰하게 되면 사고 발생 우려가 있지 않나.
▲(진현환) 우수한 실력과 설계를 가진 업체들이 LH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있다고들 얘기한다. LH 전관 없는, 능력있는 업체들이 공공주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서 LH 공공주택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본다.

- LH의 감리기능을 국토안전관리원에 넘기면 'LH 전관'이 '국토부 전관'이 되는 것 아닌가.
▲(김오진) 새로운 카르텔이라는 우려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국토안전관리원은 민간업체와 달리 훨씬 효율적이고 정부 입장과 궤를 맞추며 감리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라 판단했다.

- LH의 자체 혁신 가능성이 있나.
▲(진현환) 주택공사 시절 '주공아파트는 투박하지만 안전하고 튼튼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철근 누락과 무량판 사태로 그런 이미지가 깨졌다. 최근 LH가 층간소음 개선을 위해 바닥구조를 1등급 기준에 맞추기로 한 것처럼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계속될 것이다.

-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3기 신도시 사업 참여에 대한 LH 입장은.
▲(진현환) LH가 답하기엔 부적절한 만큼 국토부가 답변하겠다. 서울시의 주택, 택지 공급을 위해 만든 SH가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다만 SH가 사업에 참여하려면 우선적으로 서울시 내 주택공급이라는 자기 책무를 다해야 한다.

당초 5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연말까지 30% 수준인 1500가구만 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의회나 서울시장 보고도 안했다더라. 내부 프로세스와 목표 책무를 먼저 충실히 다하고 경기도 사업참여를 논의해야지,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국회에 계류됐는데 국토부 입장은.
▲(김오진) 그간 법안소위에서 네 차례 토론이 이뤄졌으나 여야 간 입장차가 많이 드러난 상황이다. 국토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정부는 입주민의 주거이전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모든 사안을 예외규정에 담자고 하는데, 수분양자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모든 걸 시행령과 예외 조항에 담는 건 사실상 어렵다. 이르면 연내, 내년 임시국회에서라도 폐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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