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는? 구축은?…층간소음 ‘고강도 카드’에도 “아직 끝 안 보인다”
층간소음 정책 ‘패러다임 전환’ 자평에도 우려 나오는 이유는
구축 아파트 ‘소음 저감’ 융자사업 실적 21가구 불과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준공 승인'을 담보로 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이 기준에 미달하면 준공이 불허된다. 시공 중간 단계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하고, 검사 세대 수는 2%에서 5%로 늘린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도입 이후 1년4개월 만에 내놓은 대책이다.
검사‧보완시공 권고에서 의무로…준공 8~15개월 전 측정
앞으로는 현재 층간소음 판단 기준인 49㏈을 맞추지 못할 경우, 아파트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49㏈은 조용한 사무실 소음 수준으로, 임팩트볼(고무공)을 1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려 아랫집에 전해지는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검사한다. 정부는 준공 8~15개월 전에도 층간소음을 측정한다는 계획이다.
준공 승인이 나지 않으면 입주가 불가능해진다. 그에 따라 수반되는 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기준을 지키지 못할 경우, 보완 시공을 한 후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시행한 사후확인제를 통해 준공 직전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확인하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보완 시공을 하도록 했지만 권고사항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번 대책을 통해 보완 시공을 의무화하고, 표본을 늘려 검사의 신뢰도도 제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소음 기준에 미달했을 경우 건설사가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장기 입주 지연 등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선택할 수 있다. 손해배상을 하게 될 때는 임차인과 예비 매수자 보호를 위해 아파트 정보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분양가 상승 우려에…정부 "기준 지켰다면 부담 없을 것"
업계에서는 '고강도 대책'이라는 반응과 함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층간 소음 저감은 곧 주택의 품질 향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건설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 기준만 잘 지켰다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사후확인제를 시행하면서 경량(58㏈)과 중량(5㏈)으로 나뉘어져 있던 충격음 기준을 49㏈ 이하로 통일했는데, 이번 대책에서도 이 기준이 유지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이번 대책으로 공사비가 올라간다면 (건설사들이) 그간 기준 속에 들어왔어야 할 비용을 빼돌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비용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검사 비용은 세대 당 4만원 정도로, 분양가가 오를 정도의 비용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기존 아파트 층간소음 관련 대책에는 큰 변화가 없다. 현재 진행 중인 바닥 방음 보강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바닥 방음 보강 공사비를 저리로 빌려주는 융자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저소득층에 한해 직접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리모델링 조합 이외에 개인이 시공하는 경우까지 융자 지원을 확대하는 등 조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정부는 기존 아파트의 층간소음 보강 공사비를 양도세에서 공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층간소음 문제가 더 심각한 기축 아파트의 경우, 대출을 받아 직접 보완시공을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공이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융자사업의 1년 여 동안 지원 실적은 21건, 대출금은 5180만원에 그쳐 실효성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시공 매트의 소음 저감 효과가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지난해 11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시중 매트 10종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량충격에 대한 소음 저감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제출한 매트 두께가 20㎜에 불과해 층간소음 저감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과 함께, 융자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샘플 조사 의미 없다"…'알맹이 빠진 대책' 비판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샘플조사'에도 거론된다. 샘플조사 비중이 2%에서 5%로 확대됐지만, 모든 집이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통해 건물 전체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우리나라의 공동주택이 벽식 구조를 취하고 있어 '측간 소음'까지 발생하는 만큼, 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시공사 책임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샘플 조사로는 의미가 없다"며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지난해 사후확인제 도입 이후에도 검사 대상이 전체 세대 수의 2~5%에 불과해 실제 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할 수 없다며 지적한 바 있다. 경실련은 최소 20%를 시작으로, 전수조사 의무화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층간소음 대책의 현실적인 시행 목표 시점을 2025년으로 잡고 있다. 준공 승인 거부나 손해배상 시 정보 공개는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지난 8일 종료된 상황이라 통과 시점이 불투명하다. 또 정부는 융자사업의 지원금액과 이율을 개선하고 재정 보조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현재 국회 심의 중인 2024년도 예산에는 반영이 어렵기 때문에 차기 예산에 반영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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