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길을 가다보면 좋은 날이 올 거예요” 우리은행의 빛과 소금이 된 이명관, 대학선수 성공신화도 꿈꾼다

윤은용 기자 2023. 12. 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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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우리은행 이명관이 1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의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WKBL 제공



능력은 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이 트레이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산 우리은행의 포워드 이명관(27)도 그 대표적인 경우다.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대학 선수 출신으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농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려 하고 있다.

이명관은 지난 1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의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29분21초를 소화하며 11점·6리바운드의 소금같은 활약으로 팀의 72-52, 20점차 대승에 힘을 보탰다.

이명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용인 삼성생명을 떠나 우리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은행이 삼성생명에 내준 자원은 185㎝ 빅맨 방보람. 흔치 않은 빅맨 기대주로 우리은행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주전 선수층이 탄탄한 우리은행에서 출전 기회를 갖기가 어려웠고, 결국 삼성생명으로 보내면서 그 대가로 로테이션에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이명관을 선택했다.

이적 후 족저근막염으로 인한 수술로 비시즌을 팀원들과 거의 함께하지 못했던 이명관은 우리은행의 팀컬러에 녹아들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그럼에도 개막 후 10경기에서 평균 26분30초만 뛰고도 7.2점·3.4리바운드·1.1어시스트로 식스맨치고는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십자인대파열로 시즌 아웃된 유승희의 공백을 잘 채워주고 있다.

이명관은 신한은행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아직 몸상태나 밸런스가 좋지 않아 욕심을 부리지는 않고 있다. 공격보다는 수비 등 궂은 일에 집중하며 팀에 도움이 되자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며 “이적 후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데 3개월 걸린다고 했는데 속도가 좀 더뎠다. 비시즌에 호흡을 맞춰보지 않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뛰는게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롤모델인 김단비와 같은 팀에서 뛰어 영광이라는 이명관은 우리은행 이적 후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이명관은 “처음 연습게임을 하는데 주위를 보니 옆에 (김)단비 언니가 있고 반대쪽에 (박)혜진 언니가 있었다. 뭔가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패스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감탄사를 외쳤다. 농구도사들이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명관은 여자프로농구에서는 보기 드문 대학 출신 선수다. 여자프로농구 선수들의 대부분이 실력만 있다면 대학교 진학을 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다. 구단 입장에서도 가능성만 있다면 보다 어린 나이에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육성을 시키는 것이 더 낫다. 지난 9월 열린 여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대학 졸업예정자 7명 중 이름이 불린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비록 주전이 아닌 식스맨이지만, 이명관이 보다 더 열심히 뛰고 싶은 이유도 자신을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뜻에서다. 이명관은 “나처럼 대학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서 뛰는 것을 보면서 지금 대학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프로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건강하게 이번 시즌을 보내야 한다. 내가 가는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는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본인은 아직 아니라고 하지만, 당분간 이명관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정신적 지주인 박혜진이 신한은행전 1쿼터에서 다친 오른쪽 무릎을 정밀 검진한 결과 내측 인대가 손상돼 6주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식스맨을 넘어 주전으로까지 활약해야 할 여지가 생겼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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