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사잇 작가 '임충섭'…갤러리현대서 '획' 개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동양과 서양, 인간과 문명,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그는 국내 화단에 '사잇’ 존재로 연결되고 있다.
작가 임충섭(82)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196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서양으로 터를 옮겼지만 동양인의 정신이 사라지지 않았다. 현대미술에 동양, 서예 예술의 조형성을 접목하며 다각도로 실험했다.
한국(동양)과 미국(서양), 자연(시골)과 문명(도시), 여백과 채움, 평면과 입체, 추상과 구상 등의 경계에서 임충섭만의 '사잇 다리'를 놓는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드로잉, 자유형 캔버스, 발견된 오브제, 아상블라주, 키네틱 설치, 사진, 영상, 음향 등 방대한 작업을 자랑한다.
다양한 장르지만 향수가 담겼다. 농촌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작품 세계 전반에 스며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23년까지 약 40여 년의 그의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2017년 '단색적 사고'와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2년 만에 갤러리현대 초대로 임충섭 '획(劃)' 개인전이 14일부터 열린다.
"서예 동양화의 그 '획'은 우리의 중요한 미학적 근원입니다.”
임충섭의 조형 미학의 핵심을 담은 이번 전시는 예술 작품에 대한 통념을 깬다. 한지에 그어지는 서예의 획과 더불어 동양 철학의 ‘기’와 화면에 오일 아크릴릭과 같은 서양미술의 재료, 일상의 기억과 개별적 역사가 담긴 오브제까지 어우러졌다.
동양 철학적 접근과 서구 미술사적 관점에서 개념미술, 설치미술을 한 작품에 오롯이 차용했다.
1층 전시장에 설치된 자유형 캔버스 작품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와 '하얀 한글'은 동서양 미학이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화면이다.
2층에서는 키네틱 설치작업 '길쌈'을 만날 수 있다. 자연과 문명의 조화로운 만남을 건축적인 접근으로 시각화하는 작품으로 전통적인 베틀처럼 보인다.
작품 바닥에 펼쳐지는 영상에는 하와이의 밝은 달이 떠 있고, 작가의 작업실 근처에 있는 허드슨 강물이 흐른다. AI신기술 융합시대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동양과 서양간의 공존을 위한 중간자로서 ‘사잇’ 존재 역할을 수행하는 작가의 의지를 전한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임충섭의 시그니처로 알려져 있는 고부조와 오브제 아상블라주 작업이 소개된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며 회화인지 조각인지 분류가 어려운 임충섭 특유의 탈범주적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부조 작업은 살아있는 박제된 동물이나 식물의 일부를 형상화한 듯한 특유의 조형성이 돋보인다.
‘모든 사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말에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재료 선택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주워 온 나뭇가지나 흙, 산업 물품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일상의 물건들로 익숙한 듯 낯선 그 중간 사이의 세계로 초대하는 작품들은 느리게 다가오지만 곱씹게 한다. 올 한해 무뎌진 감각과 인식을 자꾸 자극한다. 전시는 2024년1월21일까지.
작가 임충섭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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