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사잇 작가 '임충섭'…갤러리현대서 '획' 개인전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3. 12. 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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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섭, 무제, 2012, Acrylic and U.V.L.S. gel on canvas, 79.7 x 67.5 x 8.5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동양과 서양, 인간과 문명,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그는 국내 화단에 '사잇’ 존재로 연결되고 있다.

작가 임충섭(82)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196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서양으로 터를 옮겼지만 동양인의 정신이 사라지지 않았다. 현대미술에 동양, 서예 예술의 조형성을 접목하며 다각도로 실험했다.

한국(동양)과 미국(서양), 자연(시골)과 문명(도시), 여백과 채움, 평면과 입체, 추상과 구상 등의 경계에서 임충섭만의 '사잇 다리'를 놓는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드로잉, 자유형 캔버스, 발견된 오브제, 아상블라주, 키네틱 설치, 사진, 영상, 음향 등 방대한 작업을 자랑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임충섭 작가가 12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개인전 '획(劃)' 언론공개회에 참석하여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초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 독창적인 조형 언어가 구축되기 시작한 임 작가의 1980년대 작업부터 2020년 근작까지 50여 점을 대거 소개한다. 어떠한 미술 사조와 예술론에도 기대지 않은 채 서양의 현대미술과 동양의 서예 예술의 조형성 사이를 다각도로 실험해 온 임충섭의 미적 성취를 집중 조명한다. 전시는 오는 14일부터 2024년 1월 21일까지. 2023.12.12. pak7130@newsis.com

다양한 장르지만 향수가 담겼다. 농촌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작품 세계 전반에 스며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23년까지 약 40여 년의 그의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2017년 '단색적 사고'와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2년 만에 갤러리현대 초대로 임충섭 '획(劃)' 개인전이 14일부터 열린다.

"서예 동양화의 그 '획'은 우리의 중요한 미학적 근원입니다.”

임충섭의 조형 미학의 핵심을 담은 이번 전시는 예술 작품에 대한 통념을 깬다. 한지에 그어지는 서예의 획과 더불어 동양 철학의 ‘기’와 화면에 오일 아크릴릭과 같은 서양미술의 재료, 일상의 기억과 개별적 역사가 담긴 오브제까지 어우러졌다.

동양 철학적 접근과 서구 미술사적 관점에서 개념미술, 설치미술을 한 작품에 오롯이 차용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갤러리현대는 임충섭 개인전 '획(劃)' 전시 개막에 앞서 12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언론공개회를 갖고 작가의 작품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를 선보이고 있다. 2023.12.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갤러리현대는 임충섭 개인전 '획(劃)' 전시 개막에 앞서 12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언론공개회를 갖고 작가의 작품 '길쌈'을 선보이고 있다. 2023.12.12. pak7130@newsis.com

1층 전시장에 설치된 자유형 캔버스 작품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와 '하얀 한글'은 동서양 미학이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화면이다.

2층에서는 키네틱 설치작업 '길쌈'을 만날 수 있다. 자연과 문명의 조화로운 만남을 건축적인 접근으로 시각화하는 작품으로 전통적인 베틀처럼 보인다.

작품 바닥에 펼쳐지는 영상에는 하와이의 밝은 달이 떠 있고, 작가의 작업실 근처에 있는 허드슨 강물이 흐른다. AI신기술 융합시대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동양과 서양간의 공존을 위한 중간자로서 ‘사잇’ 존재 역할을 수행하는 작가의 의지를 전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갤러리현대는 임충섭 개인전 '획(劃)' 전시 개막에 앞서 12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언론공개회를 갖고 작가의 작품 '1000 와트'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오는 14일부터 2024년 1월 21일까지. 2023.12.12. pak7130@newsis.com

지하 전시장에서는 임충섭의 시그니처로 알려져 있는 고부조와 오브제 아상블라주 작업이 소개된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며 회화인지 조각인지 분류가 어려운 임충섭 특유의 탈범주적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부조 작업은 살아있는 박제된 동물이나 식물의 일부를 형상화한 듯한 특유의 조형성이 돋보인다.

‘모든 사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말에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재료 선택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주워 온 나뭇가지나 흙, 산업 물품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일상의 물건들로 익숙한 듯 낯선 그 중간 사이의 세계로 초대하는 작품들은 느리게 다가오지만 곱씹게 한다. 올 한해 무뎌진 감각과 인식을 자꾸 자극한다. 전시는 2024년1월21일까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갤러리현대는 임충섭 개인전 '획(劃)' 전시 개막에 앞서 12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언론공개회를 갖고 작가의 작품 '화석-풍경 다이얼로그 6-13'을 선보이고 있다. 2023.12.12. pak7130@newsis.com

작가 임충섭은?

1941년 충북 진천 출생으로 갤러리현대(2023, 2021, 2017); 신갤러리(2022); 코리아소사이어티갤러리(2015); 우민아트센터(2014); 국립현대미술관(2012); 학고재(2010); 창아트(2009); 아시안아메리칸아트센터(2006); 국제갤러리(2006, 1999, 1995); 사비나리갤러리(2005); 로댕갤러리(2000); 샌드라게링갤러리(1997, 1992, 1989); 플러싱 문화예술협의회(1994); 뉴버거미술관(1993); 도로시골딘갤러리(1993); 갤러리원(1986); O.K.해리스갤러리(1980)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허시혼미술관과 조각정원,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선재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타베르나 시각예술센터, 시드니대학교 파워미술연구소, 일신문화재단, 아시안아메리칸아트센터, 환기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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