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으로 미술품 투자 가능…근데 10년 돈 묶일 수도

백지현 2023. 12.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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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조각투자업체, 잇달아 증권신고서 제출
열매컴퍼니 등 1주당 10만원에 공모 청약 나서
유통시장 부재.. 각사 자구책에도 엑시트 불확실

한동안 잠잠하던 조각투자업계가 최근 잇따른 증권신고서 제출로 관심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조각투자는 수억원에 달하는 미술품이나 한우, 음악저작권 등의 소유권을 쪼개 다수가 나눠갖는 형태다. 단돈 10만원으로 고가의 자산 일부를 소유할 수 있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문제는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상장 직후 시장에서 바로 매매가 가능한 주식과 다르게 유통시장이 없어 자산을 처분할 때까지 투자금을 뺄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는 최대 10년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발행사들은 자구책을 내놨다. 환매 기간을 제한하거나, 투자자 불신에 대비해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유통시장이 열리지 않는 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투자자들이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만원으로 10억 미술품에 투자 가능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열매컴퍼니, 서울옥션소투, 투게더아트 등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3곳은 11월말부터 12월 초 기간 동안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각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발생일은 각각 이달 15, 20, 23일이다. 금감원이 별도로 정정을 요구하거나 발행사가 서류를 자체 철회하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청약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은 조각투자 업체다. 지난 7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테사(이하 플랫폼명 테사) △스탁키퍼(뱅카우) △서울옥션블루(소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 등에 대해 제재 면제를 결정했다. 따라서 이 업체들은 그간 증권신고서를 발행하지 않고 투자자를 모집해온 행위에 대해 제재를 피하고 토큰증권 등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토큰증권은 크게 투자계약증권이나 비금전 신탁수익증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이후 업계에서는 여러 번 발행에 시도했지만, 당국 심사 문턱 앞에 좌절을 겪었다. 투게더아트는 8월에 증권신고서를 낸 이후 자체 철회를 결정했으며, 열매컴퍼니는 한 차례 당국의 정정요구를 받아 신고서를 고쳐 내야 했다. 

정비를 마친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은 11월 말부터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열매컴퍼니와 투게더아트는 모두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펌킨(호박)'을 선택했다. 열매컴퍼니는 2001년작, 투게더아트는 2002년작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각각 모집액은 12억3200만원, 11억8200만원이다.

서울옥션블루는 앤디워홀 작가의 '달러사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을 발행한다. 모집액은 7억원으로 정해졌다. 

공모금액은 작품 선매입가격(90%)에 발행인 매매차익, 자문수수료, 발행분담금, 예비비 등 발행제 수수료(10%)를 더해 책정했다. 투자계약증권은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따로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각 홈페이지에서 청약을 넣을 수 있으며, 1주당 가격은 10만원이다. 

최대 10년 묶일 수도…환금성 제약

다만, 문제는 투자계약증권은 현행법상 '발행'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통시장이 아직 없는 상태인만큼 투자자들은 발행 이후 해당 증권을 사고팔 수 없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발의한 자본시장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탓이다. 개정안은 투자계약증권을 발행 뿐 아니라 유통 관련 규정에서 증권으로 취급하고, 장외시장 거래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결국 자산이 팔릴 때까지 투자자들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공유물 분할금지 특약에 따라 만기는 5년이며, 1회 연장해 10년까지 늘릴 수 있다. 따라서 매각처를 찾지 못한다면 10년간 수익은 물론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다. 

유일하게 지분을 넘길 수 있는 방법은 개인간 일대일 양수도다.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넘기고 싶은 투자자는 직접 거래 상대방을 찾아 발행사에 신고해야 한다. 발행사는 공증 등 행정절차를 대신해줄 뿐이다.

이에 회사들은 투자자 보호 장치를 자체적으로 마련해뒀다. 열매컴퍼니는 공유물 분할금지 특약과 별도로 5년 내 청산을 약속했다. 3년 내 자산 매각을 시도하되, 이 기간 안에 처분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 총회를 열어 만기를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만일 5년동안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무법인에서 지정한 청산인을 통해 기초자산을 매각할 방침이다.  

수익률을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해뒀다. 열매컴퍼니를 비롯해 투게더아트, 서울옥션블루 등 3곳 모두 청산시 8% 이상의 이익을 내지 못하면 성과보수 성격의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공모액 대비 8%를 웃도는 가격으로 자산을 팔아야 수익의 2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다. 

나아가 열매컴퍼니는 매각 가격이 공모총액보다 8% 이상 높은 경우에만 기초자산을 처분하기로 했다. 만일 이보다 낮은 가격에 자산을 처분하려면 투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통시장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투자금 회수(엑시트) 부담이 큰 탓이다. 이에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발행사들이 진행한 미술품 공동 투자가 1년 안에 재매각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 여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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