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CEO 승계절차 최소 3개월전 시작…사외이사 평가 강화
앞으로 은행지주와 은행들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승계계획을 문서화해야 한다. 승계절차는 전임자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시작돼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모범관행에는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개선,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 사외이사 평가체계 강화, 사외이사 지원체계 구축 등 4개 테마로 나뉘었다.
그간 금감원은 은행에 대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 미흡하고, CEO 선임 절차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고 비판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의 CEO 선임이 있을 때마다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발언을 내놓아 관치 논란에 휩쌓이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도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의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CEO 상시후보군 관리…승계절차는 최소 3개월
모범관에 따라 앞으로 은행은 CEO 후보군을 선정해 상시 관리해야 한다. 상시후보군에 없던 사람이 승계절차가 시작된 후 CEO 후보에 추가된 경우 추천자와 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CEO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에 이르는 승계계획은 문서화해 관리하고 이사회가 연 1회 이상 점검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외부 인사가 CEO 후보에 포함할 경우 자격요건, 추천경로 및 절차 등을 명확히하고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이들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은행지주가 이사회와 접촉 기회가 많은 부회장 등을 내부 후보로 정하는 경우 외부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나온 대책이다.
경영승계 절차는 전임자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시작하도록 정해졌다. 국내 8개 은행지주의 최근 CEO 선임·연임 사례를 보면 최종후보 결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45일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향후 운영과정을 보며 경영승계 절차에 필요한 기간을 늘려갈 계획이다.
그간 은행 CEO의 ‘셀프연임’을 지적했던 것과 달리 금감원은 이번 모범관행에서는 CEO의 임기나 연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박충현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지배구조 부분이 정착되면 이사회가 잘하고 있는 CEO는 연임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 부분은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판단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평가 강화…이사회 전담 조직 설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은행 이사회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일 방안이 마련됐다. 앞으로 은행들은 이사회, 소위원회, 사내이사 활동에 대해 연 1회 이상 주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평가에는 외부기관을 활용해야 하며 평가결과는 이사 재선임과 연계된다.
은행들은 이미 매년 사외이사를 평가하고 있지만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4개 은행의 사외이사 평가결과는 모두 ‘가장 우수’ 또는 ‘우수’였다.
이외에도 앞으로 은행들은 모범관행에는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이사회 산하 독립조직으로 사외이사 전담 지원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사외이사의 직군, 전문 분야,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 역량평가표(Board Skill Matrix)’를 작성해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시 활용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지배구조 모범관행 최종안과 관련해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각 은행지주와 은행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모범관행은 기본적으로 강제성이 없다는 설명이지만, 향후 금감원의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 부원장보는 “모범관행에 따라 제재를 할 순 없지만 금감원 정기 검사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한 뒤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완전한 강제는 아니지만 감독당국에서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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