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데 이렇게 따뜻해도 돼?” 한반도 이상 한파 원인 대체 뭐길래

2023. 12. 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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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ST,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 이상 한파 원인, 해빙이 아닌 중위도 해양 전선에
1995-2021년 겨울철 온도 변화 추세.[K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속가능환경연구단 성미경 선임연구원과 연세대학교 비가역적기후변화 연구센터 안순일 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특히 빈번한 이상한파의 원인으로 중위도 해양의 역할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겨울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류는 각종 부유물질과 용존물질뿐 아니라 열에너지를 운송한다는 점에서 인접한 나라의 날씨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서양의 걸프류, 태평양 쿠로시오 해류의 하류 지역과 같이 좁은 위도 대에서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지역을 ‘해양전선’이라고 하는데, KIST-연세대 공동연구팀은 이러한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데에 따른 대기 파동열 반응을 극한 한파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이상한파 경향은 북대서양의 걸프류 부근의 열 축적이, 북미 지역 이상한파 경향은 쿠로시오 해류 부근의 열 축적이 심화한 것과 맞물렸다. 해양 전선 지역이 겨울철 한파와 이상고온 빈도를 조절하는 온도조절기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축적되는 과정은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지속된다. 이 기간에 대륙 지역에서는 지구 온난화 추세를 거스르는 온난화 정체기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해양전선 지역이 차가워지는 시기에는 대륙 지역에 겨울철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온난화가 급격히 가속화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해양전선 지역의 열 축적과 냉각 과정은 자연적인 현상으로, 전 지구적인 온난화 추세 와중에도 지역 기후가 불규칙하게 온난화 정체기와 가속기를 반복하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곧 최근의 이상한파 추세가 본질적으로는 지구 기후시스템의 일시적인 자연 변동성에 의해 강화된 것으로, 해양전선의 열 축적이 해소되는 시기가 돌아오면 겨울철 이상고온 문제가 심각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해양전선 부근의 열 축적량을 변화시킨 기후모델 실험에서도 뚜렷이 나타나, 기존 해빙 이론과는 달리 관측자료와 기후모델 실험이 일관된 결론을 보여줬다. 따라서 향후 10년의 중장기적인 기후변화 예측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기후모델에서 해양전선의 변동을 정확히 모의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해양 온도 분포로 본 중위도 해양 전선 위치해양 전선은 해수면 온도가 북쪽으로 갈수록 급격히 낮아지는 특징을 갖는 지역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겨울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북대서양 걸프류 해양 전선과 (왼쪽) 북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쿠로시오 해류 전선 (오른쪽).[KIST 제공]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화돼 해양의 구조가 변화하면 이러한 지역 기후의 변동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온실기체를 증가시킨 기후모델 실험 결과에 따르면 북미 지역은 점차 온난화 정체기가 짧아지고 횟수도 줄어드는 반면,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온난화 정체기와 가속기가 더욱 빈번하게 교차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처럼 대륙별로 다른 반응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쿠로시오 해류와 걸프류 지역의 해양 반응이 각각 다른 데에서 기인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일반적으로는 해양 상층부의 온도가 증가하면서 해양이 연직적으로 안정화되어, 열이 축적될 수 있는 혼합층의 두께가 얕아진다. 이에 따라 태평양 쿠로시오 해류 부근의 열용량이 줄어들면서 북미 지역의 온난화 정체기가 짧아지게 된다. 반면, 걸프류 지역은 이러한 안정도의 변화보다는 북대서양 열염분 순환의 변화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여, 해양전선과 동아시아 지역 기후 반응도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성미경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밝힌 해양전선의 영향을 지구 온난화 기후모델에 적용하면 10년 근미래 기후변화 전망을 개선할 수 있다”라며 “겨울철 에너지 수요 장기 전망,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 등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제공해 2021년 텍사스주 정전과 같은 기후재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1월 27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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