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는 옛말"…다이소, 이젠 '이커머스'도 노린다

한전진 2023. 12. 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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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몰 계속 성장…한국판 '테무' 분석도
개발자·물류 전문가 디지털 인력 적극 채용
'균일숍'은 양날의 칼…확장 가능성에 주목

'1000원 숍' 다이소가 이커머스로 영역을 넓힌다. 오프라인에서 확보한 탄탄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이제는 온라인 시장까지 가져가겠다는 생각이다. 초저가를 콘셉트로 새로운 커머스 영역 개척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전국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업계에서는 다이소가 '이커머스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역량 쏟는 다이소

다이소는 오는 15일부터 이커머스 '다이소몰'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운영한다. 지금까지 별개로 운영됐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샵다이소'와 온라인몰 '다이소몰'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골자다. 별도로 가입해야 했던 양 서비스의 멤버십도 통합된다. 이커머스 판매 제품도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 갖춘 상품 구색만큼 대거 늘어날 예정이다. 

/사진=다이소몰 개편 공지사항 캡처

다이소몰의 운영도 아성다이소가 직접 맡는다. 지금까지는 다이소의 관계사였던 한웰이쇼핑이 운영해왔다. 한웰이쇼핑은 다이소에게 상표권 사용 허가를 받아 운영되던 별도 회사다. 현재 다이소는 개발자와 물류 기획·운영자 등 디지털 분야에서 경력사원을 대거 채용 중이다. 그동안 다이소는 온라인에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커머스 강화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익일배송, 정기배송, 매장 픽업, 대량 주문 등 배송 서비스도 다양화했다. 아직 배송업체와 배송비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이소 관계자는 "(온라인 강화는) 소비자에게 좀 더 편리한 구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샵다이소와 다이소몰의 통합은 아직 진행 중인 건으로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다크호스인 이유 

업계에서는 이를 다이소의 판매 채널 다각화로 보고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제조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다이소는 모든 제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가격에 판매한다. 전국 1500여 곳의 매장에서 나오는 '바잉 파워'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다이소는 이 점을 활용해 제조사 등과 협상을 벌인다. 여기에 온라인까지 강화하면 다이소의 채널 파워를 더 키울 수 있다.

최근 올리브영, 알리익스프레스 등 경쟁자들의 이커머스 영역 확장도 다이소가 온라인 강화에 나선 배경이다. 이들의 취급 품목과 서비스는 다이소와 상당부분 겹친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즉시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키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최근 이용자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에서의 영향력이 커졌다. 다이소는 온라인 역량 강화를 통해 이같은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다이소 올리브영 실적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온라인에서 다양한 방면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균일숍 초저가' 콘셉트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쇼핑 앱 '테무'가 비슷한 사례다. 이들은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중국의 생산업체와 세계시장을 연결한다. 다이소처럼 초저가로 생활·가정용품, 의류, 전자제품을 내놓고 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것이 슬로건이다. 

이커머스 업계도 다이소의 깜짝 등장에 긴장하는 눈치다. 다이소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오프라인에서 탄탄한 수익성을 확보한 뒤 온라인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2조9457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거뒀다. 당장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장이 도심 곳곳에 있다. 특히 다이소는 매장 평균 면적이 큰 데다, 직영점 비율이 높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처럼 퀵커머스 활용이 점쳐지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실패하는 곳이 온라인 시장이다. 가장 큰 난관은 '균일숍'이라는 한계다. 가장 비싼 것이 5000원이다. 고객 입장에서 이런 물건을 사면서 배송비를 지불할리 만무하다. 다이소 입장에서도 이를 배송해봐야 남는 것이 없다. 관건은 오프라인처럼 온라인에서도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선 더 많은 제품 구색과 세련된 UI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다이소의 이커머스 확장이 독이 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다이소 매장을 방문해 둘러보면서 추가 구매를 한다. 예컨대 그릇을 사러 방문한 김에 수세미, 키친타올, 건전지도 덩달아 구매하는 형태다. 하지만 매장 픽업이나 배송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오히려 매장 방문이 줄어들 수 있다. 아예 온라인 수요가 적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실제로 그동안 다이소의 픽업 서비스인 샵다이소의 성과는 저조했다.

다이소에 몰린 사람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다이소가 디지털 조직문화를 잘 구축할 수 있을지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다이소는 지금까지 전통적인 유통기업 면모만을 보여왔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플랫폼 기업과 거리가 멀었다. 추후 이커머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개발자, 마케터, 디지털 MD 등 IT분야의 여러 인재가 필요하다. 현재의 다이소 이미지로서는 우수 인재 흡수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가 단순 오프라인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기 위해 이커머스에 진출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온라인을 테스트베드로 여러 확장성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오아시스처럼 흑자 모델을 구축하고 이커머스로 뛰어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면서 "추후 성장세를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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