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종합금융사로'…미래에셋證, 인도 증권사 4800억원에 인수(종합)

최훈길 2023. 12. 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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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10위 쉐어칸증권, 4800억에 인수
금융위기에도 철수 없이 15년간 인도 공략
증권사 인수 후 인도서 사업 확대
박현주 “잠재력 큰 인도와 성장할 것”

[이데일리 최훈길 이정현 기자] 미래에셋증권(006800)이 국내 최초로 인도 현지 증권사 인수에 성공했다.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인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그간 인도 시장에 공을 들여온 미래에셋 증권의 현지 투자·사업 확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2일 인도에서 BNP파리바와 쉐어칸증권(Sharekhan Limited) 인수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이사회 의결을 통해 쉐어칸증권 지분 72.76%를 2882억9529만원에 인수하고, 이 증권사의 나머지 지분 27.24%를 보유한 지주사 휴먼밸류 디벨로퍼스 프라이빗의 지분 99.9%를 1989억6071만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쉐어칸증권은 자기자본 2억1000만달러(2782억원), 임직원 3500여명, 총 약 300만 계좌를 보유한 현지 업계 10위 수준의 증권사다. 인도 전역 400개 지역, 130여개 지점과 4000명 이상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약 2100만달러 수준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이번 인수는 글로벌전략가(GSO)로 취임한 이후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사업에 집중해온 박현주 회장의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2018년에 미국의 혁신 테마형 ETF 선두기업인 글로벌 엑스(Global X)를, 지난해 호주 운용사 글로벌 엑스 오스트레일리아(Global X Australia)와 영국 GHCO 인수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 인도 현지 증권사 인수로 글로벌 금융회사로 성장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미래에셋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철수하지 않고 15년간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뚝심’을 보일 만큼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 법인을 설립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06년 뭄바이에 법인을 설립한 이후 2008년에 현지 1호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인도 내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 법인은 총 56개의 펀드와 24조5000억원 규모를 운용하는 인도 내 9위 운용사로 자리를 잡았다.

미래에셋은 인도 자본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지난 4월에 중국을 추월해 세계 최다 인구 국가로 올라섰다. 모건스탠리는 인도 증시의 시가총액이 3조5000억달러로 세계 5위 규모로 성장했고, 앞으로 5조 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개인 증권 계좌는 2019년말 3600만개에서 3년여 만에 9000만개까지 불어나는 등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 10월 인도인이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 법인을 이끌고 있는 스와럽 모한티(Swarup Mohanty)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인도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에서 외국인이 부회장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인도 사업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그룹의 의지와 지난 13년간 법인을 이끌어온 모한티 대표의 기여도가 맞물린 파격 인사”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인도법인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인도는 높은 교육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높은 자존감, 영어 공용화 등의 환경으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갖춘 나라”라며 “인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오랜 시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미래에셋은 인도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래에셋은 개인 투자자를 위한 직접 주식거래 서비스를 위해 인도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투자를 확대하며 인도에서 종합금융사로 자리를 잡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장기성장 중인 인도 증권업에서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며 “인수 후 현지 유일의 외국계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지상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 대표는 “올해 2000억원가량의 자본금을 증자할 정도로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앞으로 인도의 가장 큰 종합금융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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