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법 첫 보조금, F-35 전투기 반도체칩 공장으로

AP연합뉴스

미군 F-35 전투기 등에 쓰이는 반도체칩 생산 공장이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첫 번째 보조금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미 상무부는 11일(현지시간)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의 뉴햄프셔주 공장 현대화를 위해 3500만달러(약 462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록히드마틴의 제5세대 스텔스기 F-35를 비롯한 전투기의 전자 시스템과 상업용 위성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을 생산한다. BAE시스템스는 보잉, 록히드마틴과 더불어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 방위산업 기업에 속한다.

상무부는 이번 지원을 통해 “뉴햄프셔주 공장의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하고 F-35 전투기 등 중요 방위 프로그램에 필요한 칩 생산을 4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시 반도체칩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보조금 지원액을 뛰어넘는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반도체법 첫 보조금이 방산업체에 돌아가게 된 것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법률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국가안보에서 무기체계 자체만큼이나 무기 시스템 내부의 반도체칩이 중요해졌다”며 “첫 반도체법 지원 대상 발표는 반도체가 미 국방 분야에서 핵심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역사적인 법 시행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앞으로 있을 많은 일들의 첫 발걸음”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발효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 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정부가 내년 초부터 인텔, 삼성, TSMC 등의 반도체 공장에 대해 더 큰 규모의 보조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강화된 대중 수출통제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지난 10월 엔비디아의 AI칩 우회 수출 가능성을 겨냥해 저사양 AI칩의 대중 수출도 규제하는 내용의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와 관련 “엔비디아는 분명히 가능한 한 많이 팔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