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률자문위, 文 축전 걸고 유엔 기구 사칭한 단체 “고발” 의결
국회사무처 법률자문위원회가 유엔 산하기관을 사칭해 가며 기업 돈을 걷어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유엔해비타트한국위원회(한국위)’를 고발 혹은 수사 의뢰할 것을 국회사무처에 권고하기로 11일 의결했다. 한국위는 국회사무처가 설립 허가를 내줬다.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사무처 법률자문위는 이날 위원회를 열고 한국위의 설립 허가 신청, 기부금품 모집 등과 관련 명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해 고발이나 수사 의뢰 등을 취할 것을 국회사무처에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법률자문위 내 한 민주당 측 인사가 “명확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사무처가 고발·수사 의뢰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을 냈지만, 최종 고발·수사 의뢰를 권고하기로 결론 내려졌다. 자문위는 총 5명으로 국회 운영위원회 여야 간사가 각각 추천한 법률 전문가 각 1인과 중립 성향 법률 전문가 2인, 국회 파견 판사 1인 등으로 구성됐다.
2019년 한국위 설립 당시 문 대통령은 ‘유엔해비타트 최초의 단일국가 기구’라며 축전을 보냈고, 한국위는 유엔 공식 로고를 내걸었다. 출범식엔 야권 거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유은혜 부총리, 송영길·홍영표·박지원 의원 등이 출범식장에 걸린 대형 유엔로고 아래에서 한국위를 상징하는 파란색 부채를 펼쳐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한금융·하나금융 등 기업들은 이를 믿고 기부금 총 44억원을 이 단체에 냈다.
그런데 한국위는 유엔해비타트 본부의 승인도 얻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으로 유엔의 이름을 끌어다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한국위는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기본협약도 없이 산하 기구인 척 행세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 4년간 44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한국위에 협약과 관련한 시정 조치를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한국위는 시한 내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사무처는 지난달 2일 한국위에 대한 법인 취소를 결정하고, 이번 법적 조치를 위한 자문위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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