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반려동물, ‘기대 수명’보다 ‘건강 수명’

2023. 12. 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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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수명

지난 10월 말, 기네스 공인 세계 최고령 개 ‘보비’가 31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 세계 반려인들이 보비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는데, 그런 중에도 ‘어떻게 31년을 살았나’ 하는 감탄과 궁금이 모두의 마음을 크게 동요시켰다.
(사진 픽사베이)
반려동물의 기대 수명은?
미국 밴필드 동물병원(Banfield Pet Hospital)이 2013~2019년까지의 진료 기록을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의 평균 기대 수명은 12.69세고 고양이는 11.18세로 나타났다. 한편 기대 수명은 성별과 체중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6년간 반려견 1,300여 마리를 지켜보니, 소형견의 기대 수명은 평균 13.53살로 중형견(12.7살)과 대형견(9.51살)보다 길었다. 또 암컷이 12.76살로, 수컷(12.63살)보다 조금 더 길었고, 비만한 반려견의 기대 수명은 11.71살로 정상 체중보다 1년 6개월 짧았다.
반려묘는 암컷의 기대 수명이 11.68살로 수컷(10.72살)보다 1년 더 길고, 품종묘(11.54살)가 비품종묘(11.12살)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았다. 특이하게도 체중 면에서는 정상 체중의 고양이보다 약간 과체중인 고양이의 기대 수명이 더 높았다. 이 모든 수치는 가정에서 반려하는 동물 기준이며, 의료 여건이 개선되고 보호자들의 보살핌에 극진해짐에 따라 이들의 기대 수명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내 주변에는 10살 넘은 노견이 꽤 많고, 이웃 반려인들이 전에 키웠다는 개들도 대체로 15살은 넘어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러니 반려견 기대 수명이 12.69세라는 미국 동물병원의 자료가 조금은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우리 집 개 ‘수리’를 이 결과에 비추어보면, 소형견에 암컷이며 적정 체중을 늘 유지하니 장수 요건은 다 갖추었고, 올해로 기대 수명까지 꽉 채웠다. 그럼에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니, 당장 어떻게 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한편으론 기대 수명이 느는 것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사람만 하더라도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아픈 몸’을 유지하는 기간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서 ‘오래 사는’ 것에 보태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소망한다. 수명이 조금 짧더라도 크게 아프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이도 있다. ‘건강 수명’이 중요해진 것이다. 건강 수명은 기대 수명에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이다.
반려동물도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노령 동물이 급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 조사한 국내 반려견 수는 275만여 마리이며, 이 중 9세 이상의 노령견은 114만6,241마리로 전체 반려견의 41.4%를 차지했다. 노령 동물이 만성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빈도가 늘고, 사람의 치매처럼 ‘인지장애증후군’을 보이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리는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지만, 방광염 때문에 처방 사료를 먹고 영양제를 복용 중이다. 지난 달 받은 건강 검진에서는 애써 유지해 온 슬개골 탈구 2기 진단이 3기로 넘어갔다.
노화와 질병을 피해 가는 생명은 없다. 그러니 반려인의 돌봄 목표는 길어진 기대 수명 중 건강 수명의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되어야겠다. 세계 최장수견 보비가 부러운 것은 단순히 31살까지 살았다는 데 있지 않다. 보비는 죽기 직전까지 고양이들과 장난을 치며 놀 만큼의 건강을 유지했다고 한다. 보비 반려인은 그 비결로 ‘자연 환경’과 ‘자유’, ‘정성 어린 보살핌과 사랑’이라 꼽았지만, 공기 좋은 시골에서 키울 형편이 아닌 우리로서는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건강 검진을 받아 반려동물의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게 최선 아닐까. 물론 ‘정성 어린 보살핌과 사랑’은 필수 옵션이고.
(사진 픽사베이)
[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8호(23.12.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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