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7억 달러' 감추지 못한 함박미소…LAD에서도 2번 출격? "하위 타순도 무서워" 오타니 스승의 생각은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제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에 '스승' 쿠리야마 히데키 前 감독이 함박미소를 지었다.
미국 'ESPN'과 'MLB.com' 등 현지 복수 언론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와 LA 다저스가 10년 7억 달러(약 9210억원)의 초대형 계약 소식을 전했다.
오타니는 지난 2021년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전세계에 '이도류' 붐을 일으켰다. 당시 오타니는 타자로 155경기에 출전해 138안타 46홈런 100타점 103득점 타율 0.257 OPS 0.965, 투수로 23경기에 나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로 활약하며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MVP로 선정됐다. 데뷔 초반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온전히 이도류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오타니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타니는 지난해에도 타석에서 157경기에서 34홈런 95타점 타율 0.273 OPS 0.875, 마운드에서는 28경기에서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의 성적을 남기며, '이도류' 활약이 결코 반짝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1년 앞두고 오타니가 5억 달러(약 6577억원)의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타니의 몸값이 절정에 달한 시점은 올해 3월이었다. 프로 무대를 밟은 뒤 단 한 번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지 않았던 오타니는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스승'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사무라이 재팬(일본 대표팀 명칭)의 지휘봉을 잡자, 그의 부름에 응답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도류' 활약을 바탕으로 일본을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워낙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던 만큼 대회가 끝난 직후 오타니의 몸값으로는 6억 달러(약 7890억원)이 전망되기 시작했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FA 대박 계약을 목표로 시즌을 치러나가던 오타니가 오른쪽 팔꿈치 인대 파열로 인해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된 것. 이로 인해 당시 현지 언론에서는 오타니가 FA 시장에서 '대박 계약'을 품에 안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타니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직후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구단의 재정과 무관하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두가 오타니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오타니의 엄청난 몸값을 감당하기에 어려움을 느낀 구단들이 영입전에서 '철수'를 선언했고, 마침내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LA 에인절스까지 5개 구단이 경쟁을 펼치게 됐다.
최종 승리자는 오타니의 영입전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팀으로 알려진 다저스였다. 오타니 계약이 발표되기 직전 현지 언론에서는 토론토가 '승리자'가 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오타니가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지난 10일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라는 엄청난 계약을 맺으며 캘리포니아주에 잔류하게 됐다.
오타니의 계약은 매년 7000만 달러(약 920억원)의 초대형 규모. 하지만 오타니가 받는 연봉은 그리 많지 않다. 오타니는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다저스와 10년 동행이 끝난 뒤 잔여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디퍼' 조항을 제안했고, 다저스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오타니의 연봉은 200만 달러(약 26억원)로 10년 동안 2000만 달러(약 260억원)만 받게 됐다. 그리고 남은 6억 8000만 달러(약 8946억원)는 2034시즌이 끝난 뒤 분할 지급받을 예정이다.
오타니가 엄청난 계약을 품에 안자, '오타니의 스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쿠리야마 히데키 전 감독이 함박미소를 지었다. 쿠리야마 감독은 오타니가 프로 무대를 밟았을 때부터 메이저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길 때까지 한솥밥을 먹었는데, 특히 오타니가 '이도류'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던 이다. 쿠리야마 전 감독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도류 오타니는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오타니의 데뷔 첫 국가대표 또한 쿠이야마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와 '닛칸 스포츠' 등에 따르면 쿠리야마 존 감독은 오타니의 계약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 11일 "다저스는 일본 선수들과 매우 소중한 인연이 있는 팀이다. 심플하게, 정말 오랜 만에 너무 기뻤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쿠리야마 전 감독은 "나는 지금도 오타니에게 투수와 타자 중 하나만 택하라는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도류'가 오타니의 본질이며, 그의 동기를 높이고 있고,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이도류를 통해 잭팟 계약을 품은 오타니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2024시즌은 마운드에 설 수 없지만, 타자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쿠리야마 전 감독은 "오타니의 본질인 이도류는 아니더라도, '역시 또 해냈어?'라는 느낌의 오타니를 보고 싶다. 월드시리즈에서 이긴 오타니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느냐"고 오타니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
쿠리야마 감독은 다저스에서 오타니의 타순에 대한 질문도 피하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타니가 다저스에서도 2번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상황. 그는 "오타니,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까지 3명이 주목을 받는데, 오타니가 2번에 들어가면, 1번 베츠와 3번 프리먼 사이에서 투수가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감독이라면 또 다른 발상으로 타순을 짜보고 싶다"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쿠리야마 전 감독은 "오타니를 살릴 수 있는 타순이 몇 번일까. 반대로 하위 타순에 위치하더라도 굉장히 무섭다. 물론 평범하게 생각하면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것이 좋다. 이기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타순은 밝히지 않았지만 "오타니의 타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감사하다. 이러쿵저러쿵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맞는 것 같다"고 일본 언론과 인터뷰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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