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 깜깜이 CEO 선임 모두 문서화… 임기 만료 3개월 전 시작

박슬기 기자 2023. 12. 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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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단과 기념 촬영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 선정부터 최종 선임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문서화해야 한다. 승계절차도 전임자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으로 명문화하고 최고경영자(CEO) 자격요건도 구체화해야 한다.

실효성있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모범관행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자율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금융감독원은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 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번 모범관행을 만들기 위해 은행권과 연구기관들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국제기준, 글로벌 금융회사 사례, 국내은행 운영실태를 조사·분석했다.


금융지주와 은행 CEO 선임 투명성·공정성 높인다


그동안 지주·은행의 CEO 선임과 경영승계 절차는 '상시후보군 관리→승계절차 개시→롱리스트(long-list) 확정→숏리스트(short-list) 확정→최종후보 확정' 순으로 진행돼 왔다.

다만 후보관리부터 최종 선정까지 경영승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 승계계획은 부재하다고 금융당국은 지적했다.

또 상당수 은행이 승계절차 개시시점이나 평가기준, 후보군 압축방식 등 중요사항을 문서화하지 않고 있어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금융당국이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결여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 미흡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collective suitability) 부족 등이다.

금감원 측은 "형식적인 승계계획은 마련돼 있으나 후보관리부터 최종 선정까지 경영승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 승계계획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CEO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승계절차 운영을 위해 승계계획의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 사전에 문서화하고 CEO 자격요건, 평가요건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필수적으로 문서화해야 하는 중요사항은 ▲내부 및 외부 후보자의 세부적인 자격요건 ▲후보군 관리 및 평가 기준·방법 ▲역량개발 프로그램 ▲경영승계절차 개시시점 및 후보근 압축 단계별시기, 평가·검증 방식, 결정 방법 등 CEO 선임 절차 관한 사항 ▲승계계획 관련 각 부서별 역할 및 책임 분담 및 정보교환 절차 등이다.

또 단계별 평가 결과에 관한 기록을 유지·관리하고 관련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 대상은 단계별로 위원들의 평가 방법과 위원별 평가 내용, 평가 방식에 따라 보관하고 있는 기록 종류 등이다.

법률상 필수요건 외에 CEO 자격요건도 구체적으로 정의토록 했다. 도덕성, 업무전문성, 학력 및 경력, 조직관리 역량, 연령, 회사비전 공유 등의 각 항목별로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확보


현재 학계 출신(37%)이 많은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collective suitability)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핵심원칙도 9가지로 규정된다.

9개 핵심원칙은▲집합적 정합성 판단 기준 마련 및 확보 ▲역량진단표(Board Skill Matrix) 작성 및 활용 ▲이사 전문성 및 다양성 확보 방안 마련 ▲소위원회 내실화를 위한 적정 수 이사 확보 ▲이사회 상시후보군 기준 마련 및 적정 규모 관리 ▲상시후보군 추천경로 다양화 및 추천자·사유 공시 ▲사외이사 선임시 자격 검증 강화 ▲사외이사 적정 임기 정책 및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 마련 ▲이사회의 역할, 방안, 성과 공시 등이다.

마지막으로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사회, 위원회, 사외이사의 활동의 유효성을 실효성 있게 평가하기 위한 평가 체계와 재선임 등에 대해서도 5개 핵심원칙을 정했다.

이는 이사회, 소위원회, 사외이사에 대해 ▲활동 연 1회 이상 주기적 평가 ▲외부 전문기관의 활용을 통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평가항목 및 내용 정기적 정비 및 평가체계 적정성 점검 ▲재선임 기준 명확히 마련해 문서화 ▲평과결과에 대한 피드백 기능 강화 및 공시 하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모범관행은 국내은행이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핵심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되 선택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어, 은행별 특성에 맞는 적합한 지배구조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금감원은 전체 은행권에 모범관행 최종안을 공유하고,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이번 모범관행과 관련해 당국이 실질적 제재를 할 수 없지만 경영실적평가에 해당 항목들을 반영해 감독당국에서도 손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실태평가 기준에 지배구조 개선 사항 좀 더 엄격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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