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치 비자금 스캔들, 기시다엔 '재앙'...국민 90% "총리 책임" [김경민의 도쿄 혼네]
예정된 외교 일정도 전면 중단 검토
내각 내 아베파 전원 사퇴설
국민 90% "비자금 문제는 기시다 책임"
내각 지지율도 20%로 '퇴진 수준'
【도쿄=김경민 특파원】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의 정치 비자금 사태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스캔들은 가뜩이나 낮은 내각 지지율에 기름을 붓는 형국으로 정권 교체설까지 대두되는 분위기다. 집권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기시다 총리는 불법 비자금과 관련된 아베파 소속 의원을 모두 갈아치우는 강수를 생각하고 있으나 정국은 쉽게 환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2일 현지 언론 및 정치권에 따르면 잇단 사건사고로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기시다 내각은 안으로는 정책 추진 동력을 잃고, 밖으로는 주요 외교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내각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방위력 강화를 위한 증세를 시작하는 시기는 2024년도 여당 세제개편 개요에 명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야자와 요이치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전날 간부 회의 후 "연내의 방위 증세의 시기 결정을 보류한다"면서 증세의 개시가 2026년 이후가 될 것을 암시했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소득·법인·담배 3세의 증세에 대해 "복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해 2027년에는 1조엔 이상을 확보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재무성은 연내 증세 시기를 확정시키려 했으나 결국 대형 스캔들이 터지면서 내각이 신뢰를 잃었고, 정책이 무산된 것이다.
비자금 의혹은 외교 일정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1월 상·중순 예정했던 남미 방문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내년 1월 9일 일본에서 출발해 브라질, 칠레 등 남미 여러 국가를 순방할 계획을 세우고 조정을 추진해왔다.
마이니치신문은 "향후 정권 운영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년 1월 후반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정기국회를 위해 기시다 총리의 국내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도쿄지검 특수부는 자민당 5개 파벌의 정치자금에 대한 수지 보고서 불기재·허위 기재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아베파 소속 의원들은 정치자금 모금 '파티권' 판매 할당량 초과분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모금한 돈을 되돌려 받아 비자금으로 삼았다는 혐의도 받는다. 파티권은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유료로 진행되는 행사(파티)시 판매하는 티켓이다.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자 기시다 총리는 각료와 차관급 인사는 물론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소속 의원을 모두 물갈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자칫 이번 문제가 정권 교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시다 내각 각료로 활동하는 아베파 의원은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관저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4명이다. 차관급인 부대신과 정무관으로 임명된 아베파 의원은 각각 5명과 6명이다.
이들 중에 비자금 조성 의혹이 보도된 인물은 마쓰노 장관과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 의원 전원 사퇴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더해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 다카기 쓰요시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상원) 간사장 등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실세 의원도 사실상 경질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비자금 게이트와 관련해 실명이 거론된 아베파 의원은 이미 10명에 이른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수사 인력을 50명 수준으로 늘려 아베파 비자금 의혹을 파헤칠 방침이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자민당 정치집단의 정치자금에 관한 의혹에 관해 국민 사이에서 의혹이 확산하는 점을 심각히 받아들이며,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이 지체되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 10명 중 9명은 아베파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산케이신문 및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지난 9∼10일 진행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책임을 묻는 여론조사 질문에 '많이 있다'와 '약간 있다'의 합계는 87.7%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1000만엔(약 9070만원)을 넘는 비자금을 챙긴 의혹을 받는 마쓰노 관방장관의 대응에 대해서는 87.4%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8.3%는 정치자금과 요직을 나누는 자민당 파벌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5.3%p 하락해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인 22.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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