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올려줘"…'기업 세제 혜택' 들고 日 정부가 나선 이유

지난 6월 도쿄 신주쿠/AFPBBNews=뉴스1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가 임금을 많이 올린 기업에 세제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적게 올린 기업은 세제 혜택이 줄어든다. 소득 증가가 안정적인 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임금 인상 독려에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와 아사히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마련했다. 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기업이 세제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이 관련 내용에 합의했고 이번 주 마무리할 세제 개편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대기업의 경우 임금 인상률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인세 공제율을 높이기로 했다. 기존엔 급여 총액을 전년 대비 3% 이상 늘리면 급여 증가분의 15%를, 4% 이상 늘릴 경우 25%를 일률 공제했다. 그러나 개편 후에는 임금 인상률이 3% 이상인 기업은 공제율이 10%로, 4% 이상인 기업은 15%로 각각 인하된다. 5% 이상 올리면 공제율이 20%로, 7% 이상이면 25%로 점점 더 높아진다.

수익이 호조세인 대기업의 경우 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독려하겠단 것이다. 여기에 여성 고용과 육아 지원에 적극적인 기업과 교육 훈련비를 늘린 대기업엔 급여 증가분 가운데 법인세 공제율을 최대 3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최대 공제율은 30%였는데 상한이 높아진다.

임금 인상을 독려하기 위해 직원 2000명 이하의 중견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신설된다. 급여 총액이 전년 대비 3% 증가하면 급여 증가분의 10%를, 4% 이상 늘리면 25%를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우대 기준을 충족하는 임금을 인상했으나 적자를 기록한 기업에 대해 공제 혜택을 이월할 수 있도록 했다. 적자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아 세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만큼 세액 공제를 흑자가 난 결산기에 이월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한은 5년이다.

일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수십년 만에 최고치로 뛰며 소비자의 구매력을 압박하자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물가 상승률이 임금 인상률을 웃돌면서 실질 임금은 하락 일로다. 10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2.3%를 기록하면서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실질 임금 감소는 소비를 짓누르고 일본 경제의 고질병인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일본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수정치) 감소했는데 민간 소비 위축이 최대 걸림돌로 분석됐다. 경제가 나쁘면 정권에도 악재다.

일본은행도 물가상승률 2%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은행이 대규모 통화부양책에서 선회하려면 소득을 높여 내수가 주도하는 물가 상승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