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시장 정조준"…삼성전자, HBM 이을 'CXL' 상표 4개 동시 출원
"AI 시대, 메모리의 무한한 가능성 확장"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잇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의 개발·양산을 가속한다.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제품 상표를 잇달아 내고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12일 특허검색시스템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4일 △삼성(Samsung) CMM-D △삼성 CMM-DC △삼성 CMM-H △삼성 CMM-HC 등 총 4개의 상표를 한 번에 출원했다. 지정상품은 '반도체 메모리장치, 칩(집적회로), 데이터 저장장치' 등이다.
'CXL Memory Module(메모리 모듈)'의 약자인 CMM은 국제 반도체 표준화 기구 '제덱(JEDEC)'의 CXL 기반 메모리 규격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CXL을 CMM으로 통칭해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자 기존 D램의 한계를 극복할 카드로 CXL을 꼽고 있다.
CXL은 두뇌 격인 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반도체를 잇는 최첨단 인터페이스다. 특히 고용량 CXL D램을 적용하면 메인 D램과 더불어 서버 한 대당 메모리 용량을 8~10배 이상 늘릴 수 있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소화 가능하다.
시장 잠재력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은 오는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세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하고, 지난해엔 업계 최초로 고용량 512GB(기가바이트) CXL D램을 선보였다. 올해 5월에는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을 개발했다며 연내 양산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출원한 상표 가운데 일부는 연내 양산하기로 한 제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제품명에 따라 사양과 특성도 다르다.
우선 CMM 뒤에 붙은 알파벳 중 D는 'D램', H는 '하이브리드(Hybrid)'를 의미한다. 하이브리드는 D램과 낸드가 합쳐진 형태다.
C는 컴퓨트(Compute)를 가리키며 CMM-DC(D램 컴퓨트)와 CMM-HC(하이브리드 컴퓨트)는 CMM-D, CMM-H에 로직(Logic)이 결합된 제품이다. 로직을 결합하면 CPU 부하를 덜어줘 처리 속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낸드와 D램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의 경우 AI와 ML(머신러닝)에 최적화된 CXL 인터페이스 기반 '메모리 시맨틱 SSD'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선보인 메모리 시맨틱 SSD는 AI, ML에서 일반 SSD에 비해 임의읽기 속도와 응답속도를 최대 20배까지 향상시킨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SSD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와 캐시메모리를 처리하는 D램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CMM 하이브리드 또한 SSD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당 제품들은 주로 서버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에 사용 시 더 효율적인 메모리 운영이 가능해 비용 절감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병목현상 개선을 위해 데이터 연산 능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CMM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CXL D램에서 지능형 메모리로 불리는 PIM(프로세싱인메모리)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0월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고용량 D램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CMM 등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적극 활용해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원하는 만큼 확장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bur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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