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 사외이사 이해상충 검증 세진다…‘셀프연임’ 원천 차단
30개 핵심원칙 제시…이사회 견제 강화
이사회 전담조직 설치…‘2+1’ 임기 손질
CEO 경영승계절차 개시시점 1개월 앞당겨
빠르면 내년 시행 가능하지만 강제성은 없어
“손놓고 있지 않겠다…경영실태평가 더 엄격히”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지주·은행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경영진과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사외이사 검증을 강화하고 사외이사 전담 지원조직을 설치하라는 지배구조 원칙을 내놨다.
또 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해 이사회의 평가를 받게 하고, 경영승계절차 개시 시점을 1개월 더 앞당겨 보다 CEO 후보 검증이 보다 면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원칙에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경영실태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카드도 꺼냈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당국·은행권·학계 공동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마련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 최종안’을 발표했다. 모범관행은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관한 30개 핵심원칙을 제시하고 은행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담았다.
핵심원칙은 크게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 등 4개 테마로 나뉘는데, 이사회의 실질적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경영진과 이사회 간 힘의 균형을 볼 때, 경영진 쪽에 더 쏠려 있었다”며 “이걸 동등하게 맞출 필요가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사회의 충실한 업무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사외이사 전담 진원조직을 이사회 산하 독립조직으로 설치하고 충분한 인력을 배치한다.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도록 회의자료를 최소 7일 전까지 조기 송부해 충분한 안건 검토시간을 보장하고,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간담회도 적극 활용하게 했다.
은행은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진단표(Board Skill Matrix)를 작성해 상시후보군 관리 등에 활용해야 하며, 목표비율 운영 등을 통한 전문성·다양성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사외이사 수도 늘려야 한다.
사외이사 선임시엔 CEO와의 친분 및 학연,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경우 보다 엄격하게 자격을 검증해야 한다. 상시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은 사외이사를 선임시엔 사유 및 추천자를 명확히 기재해 공시한다.
사외이사 임기를 기본 2년으로 부여한 뒤 1년씩 연장하는 형태의 획일적인 ‘2+1’ 임기정책도 손질한다. 임기차등화, 재임연한 조정, 일정비율 신규선임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사외이사 재선임 여부 결정 때는 연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이사회 활동 평가를 활용하게 된다.
CEO 선임과 관련해선 상시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후임자 선정까지 포괄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승계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10개 핵심원칙이 제시됐다.
상시후보군 선정·관리, CEO 자격요건, 승계절차 개시 및 단계별 절차, 비상승계계획 등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하고, 경영승계절차 개시시점을 ‘CEO 임기만료 2개월 전’에서 ‘3개월 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당국은 당초 경영승계절차 개시시점을 ‘임기만료 6개월 전’으로 앞당긴다는 구상이었으나, 은행들이 “후보들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국은 일단 ‘3개월 전’으로 운영하되, 향후 경과를 살펴가면서 점차 장기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밖에도 CEO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하는 원칙이 마련됐다. 내부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CEO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경쟁력 있는 외부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하는 등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최종안을 전체 은행권에 공유하고, 은행별로 모범관행 적용 로드맵을 받아 각 은행 특성에 맞는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빠르면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 맞물려 모범관행을 내규에 반영하는 지주·은행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모범관행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모범관행을 지배구조 관련 감독·검사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영실태평가(CAMEL-R)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내년 1분기 중 규정 개정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박 부원장보는 “은행이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지만, 정기검사에서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체크할 수 있도록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반영할 것”이라며 “완전히 알아서 하라고 감독당국이 손놓고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경영실태평가가 더 엄격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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