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금융회사 경영승계 투명성 강화…최소 3개월 전 검증 개시

김유진 기자 2023. 12.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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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그래픽=손민균

금융지주와 은행은 앞으로 최고경영자(CEO) 선임 시 기존 CEO의 임기가 만료되기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후보군을 조기에 선정해 장기간의 면밀한 평가·검증을 통해 금융회사에 가장 적합한 CEO를 선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평가·검증 방법 역시 승계절차 개시 이전에 CEO 자격요건, 평가요건 등을 마련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면 그간 경영승계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선정한 단일 후보를 사후 추인하는 데 그쳤던 이사회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통해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에 대한 원칙을 발표했다. 이번 원칙에 따라 금융지주와 은행은 CEO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지주와 은행별 중장기 전략과 관련돼 요구되는 경력이나 역할 등 내부 및 외부후보자의 세부적인 소극적·적극적 자격요건과 후보군 관리 및 평가 기준, CEO 선임 절차에 관한 사항 등을 승계절차 개시 이전에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 이사회는 연 1회 이상 이러한 승계계획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보완·수정하는 등 승계계획을 실효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지주·은행의 승계절차가 촉박하게 진행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경영승계 절차를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개시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승계절차 개시 시점을 향후 장기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부문 부원장보는 “CEO 후보는 단계별로 면밀하게 평가·검증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단계별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주총회 등 후속 절차를 고려하여야 하며 후속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제외하고 3개월 전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CEO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보군에 대한 평가주체 및 평가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또한, 외부후보군을 포함할 경우 자격요건, 추천 경로 및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검증절차를 마련하며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외부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금융지주가 자회사인 은행장 선임에 관여할 경우에도 법상 기구인 은행 임원추천위원회의 역할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금감원이 이러한 모범관행을 발표한 것은 경영승계 1~2년 전부터 유력 후보를 선별해 역량개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며 CEO를 최종 선발하는 외국 은행과 달리 국내 금융지주·은행은 형식적인 승계계획만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지주·은행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후보 관리부터 최종 선정까지 경영승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 승계계획이 미흡한 실정이다.

통상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는 ‘상시후보군 관리→승계절차 개시→롱리스트(long-list·1차 후보군) 확정→숏리스트(short-list·최종 후보군) 확정→최종후보 확정’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상당수 은행에서는 승계절차 개시시점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개시시점을 정한 경우에도 임기만료 2개월 전, 주총 통지 30일 전 등으로 CEO 선임 시기에 임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승계절차 개시 후 최종후보 결정까지는 평균 45일 걸리고 있다. 최종 후보군 확정에서 최종 후보 결정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1일에 불과하다.

평가·검증 기간이 짧다 보니 검증 과정의 다양성·객관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평가기준 및 후보군 압축방식 등 중요사항도 문서화하지 않고 있어 선임과정이 불투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 후보군에 대해서도 대부분 대면평가를 실시했으나 대면평가는 대체로 1회의 인터뷰나 발표 등에 그치고 있다. 자회사인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지주 이사회와 자회사인 은행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하다.

금감원은 이번 모범관행에서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원칙도 발표했다. 이사회가 은행의 규모, 복잡성, 위험 프로파일, 영업모델에 적합한 집합적 정합성(collective suitability)을 갖추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이 충실히 작동되도록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은행지주와 은행은 역량진단표(Board Skill Matrix)를 작성하고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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