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류를 보면 한반도 겨울 날씨 알 수 있다

유병훈 기자 2023. 12.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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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이상한파와 이상고온 현상이 멕시코만을 따라 흐르는 북대서양 걸프류에 열 축적과 냉각이 일어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환경연구단 성미경 선임연구원과 연세대 비가역적기후변화 연구센터 안순일 교수 연구팀은 12일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특히 빈번한 이상한파의 원인으로 중위도 해양의 역할을 발견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겨울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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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연세대 공동 연구팀
기후모델에서 걸프류 지역에 열 축적을 증가시킨 조건 (대서양 지역 상자 내 갈색 채색 지역)과, 해당 조건을 강제한 20년 간의 가상 실험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온도가 하강하는 반응이 우세함을 보여주는 사례 /K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이상한파와 이상고온 현상이 멕시코만을 따라 흐르는 북대서양 걸프류에 열 축적과 냉각이 일어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환경연구단 성미경 선임연구원과 연세대 비가역적기후변화 연구센터 안순일 교수 연구팀은 12일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특히 빈번한 이상한파의 원인으로 중위도 해양의 역할을 발견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겨울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류는 물에 녹아있는 물질이나 부유 물질뿐 아니라 열에너지를 운송하기에 바다와 인접한 나라의 날씨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류 중에서도 북대서양 멕시코만을 흐르는 걸프류나 태평양 쿠로시오 해류의 하류 지역과 같이 좁은 위도 해역에서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해역을 ‘해양전선’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대기 파동열 반응이 극한 한파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았다. 해양전선 해역이 겨울철 한파와 이상고온 빈도를 조절하는 온도조절기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대기 파동열이란 대기 중 에너지 전파로 인해 띠 형태로 고기압과 저기압이 교차해 전파하는 현상으로, 제트기류를 굽이치게해 지역에 따라 이상고온과 한파를 불러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나타나는 한반도의 이상한파 경향은 북대서양의 걸프류 부근의 열 축적 때문이다. 또 북미 지역의 이상한파 경향은 쿠로시오 해류 부근의 열 축적이 심화한 결과다.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축적되는 과정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지속된다. 이 기간에 대륙 지역에서는 오히려 지구 온난화 추세를 거스르는 온난화 정체기가 나타날 수 있는 반면, 해양전선 지역이 차가워지는 시기에는 대륙 지역에 겨울철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온난화가 급격히 가속화된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해양전선 지역의 열 축적과 냉각 과정은 자연적인 현상으로, 전 지구적인 온난화 추세 와중에도 지역 기후가 불규칙하게 온난화 정체기와 가속기를 반복하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곧 최근의 이상한파 현상이 본질적으로는 지구 기후시스템의 일시적이고 자연적인 변동에 의해 강화됐기 때문이며, 해양전선의 열 축적이 해소되는 시기가 돌아오면 겨울철 이상고온 문제가 심각해지리라 예상할 수 있다.

예상 결과는 해양전선 부근의 열 축적량을 변화시킨 기후모델 실험에서도 뚜렷이 나타나, 기존에 북극의 해빙에서 원인을 찾던 이론과는 달리 관측자료와 기후모델 실험이 일관된 결론을 보여줬다. 이는 향후 10년의 중장기적 기후변화 예측 능력 향상을 위해 기후모델에서 해양전선의 변동을 정확히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화해 해양 구조가 변화하면 이런 지역 기후의 변동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온실기체를 증가시킨 기후모델 실험 결과에 따르면, 북미 지역은 점차 온난화 정체기가 짧아지고 횟수도 줄어드는 반면,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온난화 정체기와 가속기가 더욱 빈번하게 교차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처럼 대륙별로 다른 반응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쿠로시오 해류와 걸프류 지역의 해양 반응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KIST 성미경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에서 밝힌 해양전선의 영향을 지구 온난화 기후모델에 적용하면 10년 근미래 기후변화 전망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겨울철 에너지 수요 장기 전망,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 등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제공해 지난 2021년 텍사스 주에서 한파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정전과 같은 기후재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DOI : https://doi.org/10.6084/m9.figshare.22225936.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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