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 석달전 CEO선임 시작해라" 이복현式, 모범답안 나왔다
KB·우리·DGB금융지주 등 최근 금융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승계절차와 관련한 '모범답안'을 내놨다. 앞으로 '현직 CEO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에는 금융회사 CEO 선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세부적인 CEO 자격 요건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CEO 자격이 있는지 충분히 검증하고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그간 논란이 돼 온 CEO의 3연임 등 장기집권에 대해선 따로 원칙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거수기'가 아닌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하도록 '2+1'년 임기제는 바뀌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토록 사외이사후보군 관리 체계(보드 스킬 메트릭스·Board Skill Matrix )가 새로 도입된다.
파급력 있는 큰 항목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관련 원칙이다.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선임할 때는 현 CEO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 개시해야 한다. 현재는 승계절차 개시 시점에 대한 규정이 금융회사별로 아예 없거나 임기만료 2개월 전 혹은 주주총회 30일 전 등으로 촉박해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1개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2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논의 과정에서 6개월 전부터 시작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1~2년이나 소요되는 글로벌 금융사와 달리 우리는 CEO 검증 기간이나 선출 절차가 짧게 돼 있어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사전에 CEO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하며 CEO 후보군 관리에서부터 육성, 최종 선정까지 포괄하는 종합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 해야 한다. 자격요건으론 법령 위반 등의 필수요건 뿐 아니라 도덕성, 업무전문성, 학력 및 경력, 조직관리 역령, 연령, 회사비전 공유 등의 항목별로 세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외부 후보군에게도 불공평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도 포함됐다. 상시로 관리하는 후보군이 아닌데 갑자기 후보군에 들어온 경우엔 추천자와 사유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복현 원장은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지난달 "후보군을 선정한 뒤 평가 방식을 정했다"며 룰을 정하는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현재 진행중인 DGB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도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군이 배제되고 내부 출신에 유리한 룰리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주가 자회사인 은행장 선임에 관여하는 경우 은행 임원추천위원회의 역할도 충분히 보장토록 했다. 은행 임추위에서 은행장 후보군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의견도 제출할 수 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나 KB금융 등 다수의 지주사들은 자회사 은행장 선임시 지주 이사들이 참여하는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실상 차기 은행장을 결정한다. 자추위에는 지주 회장이 위원장으로 참여해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과거 우리금융 은행장 선임 및 1년 임기와 관련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이에 갈등이 표면화 하기도 했다.
현재 7~8명 수준인 사외이사 숫자는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인 13명으로 늘리고 2+1년의 단기 임기제도 장기화 한다. 실제 하나금융 등의 사외이사 임기가 1년마다 연장돼 매년 임기 만료에 따라 경영진 견제 기능이 약화할 우려가 나왔다. 특정 시기 사외이사의 임기가 한꺼번에 모두 종료되지 않도록 획일적인 2+1년 임기제를 바꿔야 하며 특히 CEO와 학연, 친분, 이해상충 등을 따져 엄격 관리해야 한다.
다만 이번 모범관행에는 금융회사 CEO의 연임 등 장기집권에 대해 특별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3연임에 도전하는 CEO 등에대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모범관행을 따르지 않더라도 금융당국이 직접 제재하지 않으며 기준마련 시한도 정하지 않았다다. 금감원은 1분기 중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고 과제별로 개선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 부원장보는 "경영진과 이사외의 힘의 균형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경영진이 높게 있다. 그런 부분을 동등하게 맞춰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다만 획일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미이행시) 강제적으로 제재를 하지는 않는다.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충분히 내규에 담아서 시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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