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김기현, 대표직 사퇴 고심

金, 오늘 일정 돌연 취소
결단 시기·방법 숙고 돌입
장제원은 불출마 기자회견
“총선승리, 尹정부 성공조건”
與, 친윤 등 희생압박 거세져

“백의종군 하겠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3선·부산 사상)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가 당과 연락을 끊고 거취 숙고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에서부터 당 대표 사퇴까지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중진 의원들의 희생 및 기득권 포기 의결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한 이후 ‘결단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12일 여권에서 내년 총선 필패론이 제기되면서 책임론에 휩싸인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김 대표의 의원실 문도 굳게 닫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예정돼 있던 연탄 나눔 봉사활동 참석도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13일 예정돼 있던 정책의원총회도 취소했다. 정책의총에서 김 대표 사퇴론이 분출하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희생안에 부응하는 결단을 내릴 시점으로 보고 숙고에 들어갔다”며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결단은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 핵심들의 결정을 촉구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인요한 혁신위가 요구한 ‘지도부·중진·친윤’ 희생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2.11

다만 김 대표가 어떤 형태로 희생할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하다. 만약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할지, 아니면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될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맡길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민의힘은 “12월 중순을 목표로 공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표직을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당 쇄신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라며 “당 대표의 희생과 결단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대표직 사퇴는 비상대책위원회 문제로 전환되는 만큼 적절치 않다”며 “김 대표가 불출마 선언은 고민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이날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장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게 어디 있겠나”라며 “내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놓는다.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해완·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