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화석연료 퇴출’ 선언 못한 COP28

황혜진 기자 2023. 12. 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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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억제의 핵심인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 초안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도서국들의 모임인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측은 "우리는 사망 증명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강력한 약속이 제외된 합의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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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막 앞두고 합의문서 누락
의장국 UAE가 공유한 초안서
석유 등 단계적 퇴출 문구 빠져
“사우디의 ‘삭제’ 압박 있었다”
미·EU·도서국은 “동의 못해”
“화석연료 사용 멈추자”…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에 환경운동가인 인도 소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올라와 플래카드를 들고 화석 연료 퇴출을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구온난화 억제의 핵심인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 초안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요구로 해당 문구가 빠지자 일각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요구를 받아쓰기한 문안”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폐막을 하루 앞두고 이날 공유한 합의문 초안에는 당초 포함됐던 ‘석탄과 석유, 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사라졌다. 대신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공정하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줄인다”는 것을 포함한 8개의 온실가스 감축 선택지가 담겼다.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은 UAE가 OPEC의 실질적인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초안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외신은 COP28에 참가한 190개가 넘는 국가 중 최소 100개국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화석연료 의존도가 큰 중국, 인도 등이 반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합의문은 모든 참가국의 동의를 얻어야 최종 채택된다. 최종합의문 도출까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초안이 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도서국들의 모임인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측은 “우리는 사망 증명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강력한 약속이 제외된 합의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합의문 초안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으며 유럽연합(EU)도 초안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후운동가로 활동 중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며 “이번 총회가 완전히 실패 일보 직전”이라고 평가했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글로벌 정치전략 책임자인 하르지트 신은 “(당사국들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명확한 표현 대신 ‘소비와 생산을 줄인다’는 막연한 약속을 택했다”며 “이것은 화석연료 산업의 로비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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