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겠다" 폴란드 정권교체…K-방산 추가수출 '땀 좀 나겠네'

박주평 기자 2023. 12. 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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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유럽 성향 투스크 신임 총리 지명…하원의장 "이전 계약 무효화 가능"
K2 전차·K9 자주포 등 실행계약 미체결 물량 상당…"새 정권 움직임 적극 대응해야"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국내 방산기업들이 폴란드 정부와 체결한 대규모 수출계약의 잠재 위험요소로 지목돼 온 폴란드의 정권교체가 구체적인 리스크로 현실화하고 있다. 친유럽 성향의 새 정부 측 인사들이 이달 초 한국 기업과 체결한 K9 자주포 2차 수출 실행계약 재검토를 공개 주장했다. 해당 계약은 물론 잔여물량에 대한 실행계약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오후 폴란드 하원에서 실시된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 총리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찬성 248표, 반대 201표로 투스크 총리의 지명이 확정됐다. 앞서 반유럽 성향의 집권당 '법과정의'(PiS) 소속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현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는 부결됐다.

지난 10월 총선 당시 집권당 Pis는 35.38%를 득표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친유럽 성향의 시민연합(KO)이 30.70%를 얻었고, '제3의 길(Third Way) 연합'과 '신좌파'(New Left) 등 제3 정당들은 PiS가 아닌 시민연합과 연정을 추진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최다 의석을 가진 PiS에 정부 구성 기회를 줬으나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결국 정권이 교체됐다.

투스크 총리는 취임이 확정된 후 의회에서 "내일부터는 모두가 예외 없이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투스크 총리는 PiS가 2015년 집권하기 직전인 2007∼2014년 총리를 지냈고 2014년부터 5년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았다.

신임 총리는 그간 EU와 거리를 뒀던 이전 정부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 시절부터 한국산 무기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내온 만큼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쉬몬 호워브니아 폴란드 하원의장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PiS가 체결한 계약은 무효화될 수 있다"면서 "10월15일 이후 PiS는 공적자금을 지출하지 않고 국가를 관리하는 데만 집중해야 했다"고 말했다. 차기 내각에서 국방부 장관 임명이 예정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 카미슈 인민당 의원도 "정부가 10월15일 이후 체결한 계약은 분석과 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 4일 폴란드 군비청과 3조4474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152문 2차 수출 실행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차 실행계약 이후 잔여물량에 대해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수출금융 등 문제로 진전되지 못하다가 시중은행의 대출지원을 계기로 우선 K9 자주포 잔여물량 일부를 우선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23일(현지시각)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우리가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3.2.24/뉴스1

지난해 7월 맺은 기본계약은 △FA-50 경공격기 48대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한화에어로스페이스) 288대 등을 공급하는 내용이며, 같은 해 8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48대 △천무 218대 등을 공급하는 1차 수출 실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폴란드의 새 정부가 2차 실행계약을 실제 철회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우리 측의 귀책사유가 없는 만큼 폴란드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정부의 신뢰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다만 향후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잔여물량에 대한 실행계약 협상은 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와 계약을 물리면 폴란드는 최악의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며 "기동·화력 장비에서는 우리가 가성비, 납기 등에서 경쟁력 우위에 있는데도 독일 무기를 도입한다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한국산 무기는 이미 폴란드 군에서 운용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무기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엄청났기 때문에 유리한 재정적 조건과 산업 협력 및 짧은 납기 등은 폴란드에 큰 협상의 성공"이라며 "한국과 체결한 계약을 취소한다면 우리의 안보를 약화시키고 우리를 실제 위험에 노출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연구위원은 "일부 물량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안보가 계속 불안한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취소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우리 정부도 새로운 정권의 의도와 요구조건을 파악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 때 남은 실행계약을 모두 완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며 "잔여물량에 영향을 끼치긴 하겠지만 폴란드 국내 상황이 달라진 것이지 외교안보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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