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임대 없나요?”... ‘대치동 학원가’ 오피스텔·원룸 문의↑
불황 타지 않는 ‘교육 1번지’
진화하는 단기 임대 시장 “주기 짧아지고 이유도 다양”
대전에 거주하는 수험생 임모(19)씨는 수능이 끝난 직후 주말인 지난달 18일, 부모님과 함께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논술과 면접 등 본격적인 대입 준비차 3개월간 머물 방을 구하기 위해서다. 임씨가 발 빠르게 찾은 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분당선 한티역을 끼고 있는 대치4동의 한 빌라. 임씨는 “킬러 문항을 없앴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불수능’이었다”라며 “논술 및 면접 대비 집중반을 수강 중인데 집 구할 때 학원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지를 가장 염두에 뒀다”라고 했다.
대치동 인근 오피스텔과 빌라 및 원룸 단기 임대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아파트 등 부동산 거래가 실종됐지만 ‘교육1번지’로 통하는 대치동에서 단기 임대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치동은 단기 임대 시장에서 시기를 타지 않는 곳으로 통한다. 특히 방학 전후로 매물 문의가 급증한다. 교육 관련 수요가 꾸준히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나 조정 등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단기임대 매물 리스팅 플랫폼 ‘삼삼엠투(33m2)’를 운영하고 있는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는 “방학 전후로 대치동 학원가 인근 단기임대 매물은 없어서 못 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특히 선릉역, 삼성역, 한티역 삼각형 안에 들어오는 매물은 11월 말부터 1월까지 임대료를 50% 더 달라고 해도 잘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기 임대 거래 시장을 따져볼 수 있는 통계나 지표는 없다. 짧게는 1주일에서 통상 3개월까지 단기간에 임대차가 이뤄지고 해지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단기 임대도 신고 대상으로 돼 있지만, 실제 신고하는 곳들은 거의 없다.
신고 대상과 방법 등을 나열한 국토부 신고 지침에도 단기 임대는 제외됐다. 이를테면 고시원 등에서 한 달 거주하는데 신고하는 것 자체가 ‘업무 과중’일 수 있다.
따라서 단기임대 시장은 개별 매물 위주로 분위기를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대치동은 실제 11월부터 지방 학생들과 유학생들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수능 이후 10건의 단기임대 건이 거래됐다”면서 “논술과 면접 등 본격적인 입시 준비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거나,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어학원 수강을 위해 3달을 머무는 경우도 많다”라고 했다.
해외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대전은 물론 부산에서 오기도 하고 SAT 준비를 하기 위해 유학 갔다가 잠시 들어오는 학생들이 살 집을 구하기도 한다”면서 “요즘 부동산 전체 분위기에 비하면 회전율이 좋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공실이 조금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단기임대 시세수준은 평형에 따라 다르지만 월세 170만원부터 시작하는 물건이 많다. 방학 때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하는 수요자를 타깃으로, 가구부터 식기까지 모두 풀옵션으로 꾸며진 점이 특징이다. 주변이 아파트촌이고 오피스텔이나 빌라 매물이 적다는 점에서 고액의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물건을 보면 전용 35.89㎡(방 2개) 공동주택의 경우 보증금 170만원, 월세 280만원에 나와 있다. 한티역 부근 복층형 원룸(52.89㎡)의 경우, 보증금 170만원·월세 170만원 조건으로 단기 1개월부터 즉시입주 가능하다. ‘대치동 학원가 단기임대 학생들이 거주하기에 좋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대치동 단기임대 시장은 상대적으로 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판교 등지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등 수요자들의 임차 이유가 보다 다양해지고 ‘임대 주기’도 주 단위로 짧아지는 등 단기임대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과거 단기임대는 대치동 학원가나 3차 병원 앞에서 장기간 치료를 위해 월이나 연 단위로 끊는 것을 의미했다”면서 “하지만 이젠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를 위해 한 달 정도 오피스텔을 얻어 함께 생활한다든지, 출장의 이유로 주 단위로 끊는 등 단기임대 시장의 저변이 넓어졌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크리스마스에 네 식구 식사하면 80만원… 연말 대목에 가격 또 올린 호텔 뷔페들
- ‘가전 강국’ 일본에서도… 중국 브랜드, TV 시장 과반 장악
- “감동 바사삭”… 아기 껴안은 폼페이 화석, 알고 보니 남남
- “한복은 중국 전통의상” 중국 게임사… 차기작 한국 출시 예고
- [단독] 갈등 빚던 LIG·한화, 천궁Ⅱ 이라크 수출 본격 협의
- 암세포 저격수 돕는 스위스 ‘눈’…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 설치
- 둔촌주공 ‘연 4.2% 농협 대출’ 완판…당국 주의에도 비집고 들어온 상호금융
- [르포] 역세권 입지에도 결국 미분양… “고분양가에 삼성전자 셧다운까지” [힐스테이트 평택
- 공정위, 4대 은행 ‘LTV 담합’ 13일 전원회의… ‘정보 교환’ 담합 첫 사례로 판단할까
- ‘성과급 더 줘’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에… 협력사 “우린 생계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