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노조개혁과 대체근로 필요성[포럼]

2023. 12.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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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와 그리스는 유럽의 병자였다.

아일랜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 2010년 2년 연속 역(逆)성장하며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큰 경기 침체를 겪었다.

그리스도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국가부도 사태를 겪었다.

아일랜드는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24%였던 법인세율을 12.5%까지 낮춰 구글과 애플 등 다수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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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아일랜드와 그리스는 유럽의 병자였다. 아일랜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 2010년 2년 연속 역(逆)성장하며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큰 경기 침체를 겪었다. 2010년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도 받았다. 그리스도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국가부도 사태를 겪었다.

그런 두 나라가 환골탈태했다. 포퓰리즘 대신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꾼 결과다. 아일랜드는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24%였던 법인세율을 12.5%까지 낮춰 구글과 애플 등 다수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를 유치했다. 그리스도 2019년 7월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친시장, 부채 감축 정책으로 경제를 빠르게 정상화시켰다. 지난 10월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도를 투자적격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리스의 올해 실질 GDP 증가율 전망치는 2.3%다.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1.4%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노동개혁으로 노사 간에 평평한 운동장을 만든다면, 우리 경제도 웅비할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부족하지만 3가지 점에서 노동개혁의 첫발을 뗐다는 점이다.

노조 회계공시 제도 도입이다. 민주노총은 ‘회계 투명성을 빌미로 한 정부의 노동 탄압과 혐오 조장’으로 맞받아쳤다. 한국노총도 소속된 상급단체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에게 세액공제를 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명백한 연좌제’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조합비를 실제 납부하는 조합원의 ‘알 권리와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에 밀린 노동계는 꼬리를 내렸다. 양대 노총은 세액공제 혜택 중지라는 불이익을 감내할 수 없다며 ‘회계 공시’를 수용했다. 이로써 ‘노조 정상화’의 첫 단계인 노조 회계 투명성이 확보된 셈이다.

건설 현장의 폭력 이른바 ‘건폭’이 평정된 것도 노동개혁의 작은 성과다. 건설기계를 활용한 부당 금품수수, 공사 방해, 태업 등의 불법·부당 행위를 저지른 타워크레인 등의 건설기계조종사에게 최대 12개월간 면허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4000명의 타워크레인 노조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월례비’ 명목의 부당 금품수수는 타워크레인 독점 노조의 횡포였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급여에는 승무수당·위험수당 등 모든 것이 포함돼 있으므로 ‘정식 급여’ 이외의 가욋돈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건폭이 없어지면서 현장이 잘 돌아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8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이 법안은 ‘파업조장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법이다. 예컨대, 노조의 불법행위로 사용자가 피해를 봤다면, 불법행위자 ‘인별(人別)’로 손해를 구분해 청구하라는 식이다. 이는 부당행위의 공동책임 원칙을 부정하는 폭거다.

이제 제도적 측면과 현장에서 그리고 입법적 측면에서 노동개혁의 토대가 마련됐다. ‘무기 대등의 법칙’이 지켜질 때 진정한 의미의 노사 간 균형이 이뤄지는 법이다. 노조의 파업권에 맞설 수 있는 사측의 조업권이 보장되도록, 노조가 파업에 나설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문제가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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