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부실 문책, CEO도 예외 없다”

■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지주 간담회…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이사회가 과제별 로드맵 마련
경영진 위법 감시 충실해야”
CEO 선임 정당·공정성 강조
DGB 회장 3연임 사실상 제동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일부 금융지주회장의 ‘셀프연임’을 위한 들러리로 사외이사들을 세우고 참호를 구축하는 관행에 대해 12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권에선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원장은 또한 내부통제 부실이 발생하면 CEO도 예외 없이 문책하겠다는 의지를 확실시했다.

이날 이 원장은 서울 중구 명동 뱅커스클럽에서 8개 은행지주의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KB 김경호 의장, 신한 이윤재 의장, 하나 김홍진 의장, 우리 정찬형 의장, NH 이종백 의장, BNK 최경수 의장, DGB 최용호 의장, JB 유관우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의 이사회는 지주그룹의 경영전략과 리스크관리 정책을 결정하고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주 내 그 어떤 기구보다 중요한 곳”이라며 “지배구조의 운영 및 개선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이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지배구조와 관련해 “사외이사 지원체계 구축,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개선,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 사외이사 평가체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마련해 그 최종안을 발표했다”며 “이사회가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적극 추진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DGB금융지주 CEO 승계와 관련해, 김 회장의 3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 문제도 있고, ‘만 67세 초과 시 회장에 선임·연임될 수 없다’고 규정한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고치지 않고선 차기 회장 선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 “준법경영에는 최고경영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CEO 권한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준법의식 결여로 경영진의 위법·부당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사회가 감시 기능을 충실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