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리스크 함께 커진다[시평]

2023. 12.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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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4 세계정세 중대한 변곡점
11월 美대선 후폭풍 예측 불허
민주주의-권위주의 대결 혼돈
가드레일 없는 美中 대치 예고
중국은 벼랑 끝 전술 강행할 것
모든 위험에 사전 대처 나서야

새해 2024년은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의 판도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경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중국 나름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셈법이 따로 있어 미중 전략 경쟁도 더욱더 심해질 수 있다.

82세가 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내년 선거는 ‘동맹 재조정’을 지킬 뿐 아니라 미국의 제도 자체를 지키는 싸움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2기 정권은 1기보다 더 트럼프적일 것 같다’는 월터 R 미드의 말이 공감을 얻고 있다. 미국의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은 더욱더 강화될 가능성이 짙다. 트럼프는 일률적으로 10%의 높은 관세, 온난화 대책의 파리협정으로부터 재이탈,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동맹국에 부담 증가 등으로 지금과 정반대인 외교정책을 모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의 공세는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전쟁 상황에 따라 중동의 정세도 요동칠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도 북한의 공세와 중국의 대만에 대한 개입은 노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단합하고 세계 안정에 노력해야 할 시점에 미국의 정책 혼선은 국제관계의 일대 변혁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국제관계에서 미국의 신뢰는 추락하면서 주요국을 포함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증대할 것이다. 내년 미국 대선을 전 세계가 우려 속에 지켜보는 이유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이 연속성을 가질 가능성이 큰 것은 대중정책이다.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대중(對中) 강경정책을 주장하지만, 중국에 대한 입장 차를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앤터니 블링컨이 주장한 것처럼 ‘대중 관계에서 필요할 때는 경쟁하고, 가능할 때는 협력하고, 불가피할 때는 적대적으로’라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정계는 컨센서스가 존재한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보듯이 미국은 대중정책을 ‘관리되는 경쟁 구도’로 변화시키려 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 대화를 유지하고, 만일의 경우 핫라인 등으로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미국이 적대적 경쟁 일변도에서 타협을 모색한 셈이다. 자동차의 레이스에 비유하자면, 경쟁이 지나쳐 벼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드레일(위기관리체제)을 마련하자는 발상이다. 미국은 군사나 하이테크 부문에서는 강경한 대중정책을 유지하지만, 미중 갈등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대립이 격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한다.

미국이 대화 국면을 만들더라도 중국의 대미정책은 군사적으로는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2개 전선(유럽의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미국이 곤란한 상황에 놓일수록 자국의 군사적 공간은 확대될 것이라고 계산한다. 시진핑 정권은 어디까지나 대등한 상대로서 미국이 중국을 대접하기를 바란다. 그 대국 의식은 미중 양국의 평온한 공존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어 국제관계의 군사적 대결을 부추길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가드레일을 설치하게 되면 오히려 자국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보기에 미국은 바다와 하늘에서 수시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오히려 충돌 위험을 방치함으로써 중국 주변에서의 미군 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인식한다.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이다. 앞으로 미중 간 군사 대화를 하더라도, 중국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성과는 미미할 것이다. 미국 대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대만 문제 등으로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면 중국은 항의의 표시로 군사 대화를 중단할 것이다. 미국이 재개를 요구하면 대가를 요구하면서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다. 즉, 중국은 미중 군사 대화를 위기관리 수단이 아닌 외교 협상용 카드로 보는 것이다. 내년은 대한민국에도 국제관계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미국 리스크와 함께 중국 리스크도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슬기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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