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넘어선 中핀둬둬, 이제 美아마존·월마트에 도전장
블룸버그 "품질·배송 실수 불만, 판촉성 게임화 정책도 중독성…미래 분명치 않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PDD홀딩스)가 알리바바를 제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아마존, 월마트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핀둬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준으로 1천958억달러(약 254조8천700억원)의 시가 총액을 기록, 그 이전에 중국 1위였던 알리바바의 시총(1천905억달러)을 넘었으며 이제 미국 시장에서 그 기세를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핀둬둬 자회사인 전자상거래 앱 '테무'(Temu)가 주인공이다.
작년 8월 미국 시장에 선보인 테무는 무서운 속도로 미국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지난 7일 미국의 경제매체 CNBC 등이 테무의 지난달 미국 내 할인점 시장점유율이 17%로 달러제너럴(43%), 달러트리(28%)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고 전한 데서도 그 기세가 읽힌다.
테무는 중국에서 값싼 의류, 가정용품, 전자제품, 의류 등을 들여와 미국서 판매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두지 않고 중국 현지 물류망을 활용해 주문받은 물품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배송하는 식으로 '유통비 거품'을 걷어낸다.
이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은 먼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의 제품에 놀란다.
소셜미디어(SNS)에 테무를 공유하고 친구를 가입시키면 더 저렴한 가격과 무료 제품을 제공하는 테무의 게임화 정책은 덤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젊은 층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테무는 90일 이내 무료 반품과 전액 환불 조치도 병행한다.
블룸버그는 테무가 중국의 '유통 공룡' 알리바바를 제친 것은 전자상거래 업계에 엄청난 변화라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1년여 만에 테무가 아마존, 월마트와 경쟁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2015년 4월 구글 엔지니어 출신 황정이 창업한 핀둬둬는 애초 중국에서 농산품 판매 전문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 생산과 소비를 직접 연결하는 초저가 전략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공동 구매와 함께 중소도시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공략이 먹히면서 핀둬둬는 농산물에 이어 가전·화장품·스마트폰, 그리고 모든 상품으로 확장해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거액의 보조금 지급 전략도 핀둬둬의 성공 요인이다. 2019년 6월 '100억 위안 보조금 행사'가 단적인 사례다. 특히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애플 스마트폰 신제품에 보조금을 많이 할애했다. 이를 통해 핀둬둬 앱 사용자 수가 폭증했다.
핀둬둬는 이어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올해 1∼9월 핀둬둬 직원 1인당 매출액은 약 1천222만위안(약 22억4천만원)으로 징둥닷컴의 7.07배, 알리바바의 4.17배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웨드부시 증권의 유명 애널리스트 대니얼 아이브스는 "지금이 핀둬둬가 알리바바를 능가하는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고 짚었다.
권력에 맞섰다가 철퇴를 맞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사례는 핀둬둬에 기회로 작용했다.
마윈이 2020년 10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를 겨냥한 중국 당국의 과도한 통제를 비판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를 상대로 반독점 조사와 거액의 벌금 부과 등 탄압한 걸 계기로 알리바바 사세는 축소됐고 핀둬둬는 그 틈을 타 확장할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 권력에 마윈이 이끄는 빅테크가 위협으로 인식됐다면, 핀둬둬는 농촌과 중소도시민의 빈곤 탈출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친 결과였다.
황정 핀둬둬 창업자 겸 회장이 2021년 3월 17일 회장직에서 물러나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도 핀둬둬에 호재로 작용한 듯하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천레이가 최고경영자(CEO)로서 이끌고 있다.
마윈은 핀둬둬의 이런 성공에 대해 지난달 29일 찬사를 보냈다.
알리바바의 모든 공식 직함을 내려놓은 마윈은 '알리바바의 파트너'라는 타이틀로 쓴 내부 메모에서 핀둬둬가 이룬 성과에 찬사를 보내면서 22만명이 넘는 알리바바 직원들에게 변화를 수용하고 진로를 바로 잡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테무의 상품 품질과 배송 실수에 대해 불만이 많을뿐더러 판촉성 게임화 정책에 중독성이 강하다"고 지적하면서 "테무의 미래가 분명하지 않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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