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기 총리 주자가 ‘기시다 퇴진 시기’ 내뱉었다
“내년 3월 예산안 통과시 사임 가능”
일본의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언론을 통해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내년 3월 퇴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정권 퇴진 수준에 이른 가운데, 당내에서 그의 퇴진 요구가 공식 제기됨에 따라 내각의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1일 BS후지 뉴스 프로그램에서 ‘최근 논란이 된 자민당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총리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년도 예산안이 성립하면 그만두는 방안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일본의 정부 예산안은 정기국회 회기 내 심의를 거쳐 보통 3월 말 의회에서 통과되는데, 민생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총리가 거취를 정리하려면 이 시기가 적당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리가 이번 의혹의 돌파 전략으로 제시한 내각 내 아베파 고위 간부들에 대한 경질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아베파니까 다 안 되고, 그 외 계파는 다 괜찮다는 말인가”라며 “다른 계파에서도 (비자금 의혹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야말로 국정이 지체되는 것 아닌가. 자민당 정권은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의혹에 휘말려 의회에 불신임 결의안이 제출된 내각 2인자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에 대해서는 조기 사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불신임안이 부결되기 전에 (장관 본인이) 사퇴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라며 “자민당이 (불신임안에 대한) 반대 토론에서 ‘이런 훌륭한 사람을 그만두게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 뒤 사임시키면 모순의 극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이날 발언은 그가 최근까지 인기 높은 총리 후보였다는 점에서 자민당 내 여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와 TV도쿄가 지난달 24∼26일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6%는 차기 자민당 총재에 적합한 인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꼽은 바 있다.
정계에서는 그의 이번 발언이 정권 퇴진 수준으로 떨어진 지지율과 맞물려 기시다 내각의 혼란을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최근 NHK 등의 설문조사에서 집권 이래 최저 수준인 2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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