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세계] ‘한동훈 사용법’보다 중요한 건 ‘왜 한동훈인가‘

오피니언부3 기자(people2@mk.co.kr) 2023. 12. 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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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BN 앵커(MBN 디지털국장)
국민의힘·여당 지지층 관심사
韓, 언제·어디로·어떻게 출마
총선승리 좌우하는 무당·증도층
韓에 아직 유보적인 태도
여당은 ‘왜 한동훈인가’ 답해야

여당인 국민의힘의 관점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의 총선 출마는 ‘고정값’이다. 여당의 기대와 여론의 주목도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총선에 안 나오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그래서 변수는 초언 출마 여부가 아닌 ‘방법’이란 말이 나온다. ▲총선에 언제 나오느냐 ▲어떤 식으로 출마하느냐 ▲여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 등 세 가지다. 이른바 ‘한동훈 사용법’이다.

지난 개각에서 한 장관은 빠졌다. 아직 정부 내 역할이 남았기 때문이란 분석과 함께 연말쯤에 장관직을 떠나느냐 아니면 해가 바뀌어 총선 출마자의 공직 사퇴 시한까지 직을 유지하다가 막판에 나서느냐가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마지막 해외 출장인 네덜란드 국빈방문(11~15일) 뒤에 추가 개각이 이뤄지면서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에 일단 정치권은 무게를 싣고 있다.

국민의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3.12.12 hkmpooh@yna.co.kr (끝)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또 한 장관이 총선에 나설 때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느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느냐도 결정해야 한다. 지역구 출마일 경우 서울 강남의 텃밭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주로 대선주자급 인물들이 출마해 정치적 상징성이 커진 서울 종로(선거구 획정 때문에 앞으로는 종로·중구 지역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로 나설지가 관건이다. 강남일 경우 아무래도 텃밭이다 보니 본인 선거운동의 부담을 덜면서 전국을 누빌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종로로 나설 경우엔 선거운동 부담은 크지만,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 이상의 정치적 의미와 위상을 가질 수 있다.

만약 비례대표 출마를 한다면 몸이 가벼워지면서 전국을 뛰어다닐 수 있지만, 비례대표 앞 순위(예를 들면 비례대표 후보 2번)를 받을지 20번 근처 뒷순위를 받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앞 순위는 당선을 거의 보장받고 다른 후보들을 도울 수 있고, 뒷 순위라면 배수의 진을 치는 결기를 보이는 게 된다. 물론 비례대표 출마는 향후 선거제도가 과거처럼 거대 정당이 비례 의석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는 병립형으로 바뀐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향후 꾸려질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어떤 자리를 맡을지도 관심사다. 공동 선대위원장 등 상징적인 지도부급 반열에 설 것인지, 선대본부장 등 형식적 위상은 약간 낮아도 실제 선거를 지휘하는 자리를 맡을지, 아예 선대위 자리를 맡지 않고 ‘리베로’로 뛸지도 관심사다.

이런 세 가지 변수는 어찌 보면 국민의힘과 여당 지지층의 관심사다. 그동안 야당을 다뤄온 한 장관의 ‘솜씨’에 매혹된 국민의힘 사람들, 그를 차기 대선주자로 바라보는 여당 지지층은 총선 승리를 위한 ‘한동훈 사용법’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한동훈의 성공과 그를 활용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라는 목적을 위해선 사용법보다 더 중요한 건 왜 한동훈인가, 혹은 한동훈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 장관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적대시하는 야당 지지층 혹은 진보층은 제외하더라도 무당층 혹은 중도층이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거다.

싸인 요청에 응하는 한동훈 장관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1일 오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카이스트 학생들과 지지자들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다. 2023.11.21 sw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그에 대한 기대가 이미 높아질 만큼 높아졌다. 대선이 3년 넘게 남은 시점임에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여당 지지층의 41%가 한 장관을 택했다(한국갤럽, 12월 5~7일 조사, 1000명 대상). 또 한 장관의 출마가 여당에 도움이 될 것이란 반응이 여당 지지층에선 무려 88%나 됐다(에브리씨앤알·뉴스피릿, 11월 25~26일, 1000명 대상). 이쯤 되면 여당 지지층에겐 그의 총선 출마는 이미 확정된 셈이고, 그의 사용법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는 거다.

그런데 무당·중도층은 아직 유보적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무당층의 5%만이 한 장관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봤다. 중도층에선 이 비율이 13%(보수층은 31%) 정도일 뿐이다. 에브리씨앤알 조사를 보면, 무당층 가운데 한 장관 출마가 여당에 도움일 될 것이란 응답이 31.3%로,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응답 37.9%보다 낮았다. 아직은 보수층과 여당 지지층을 넘어서는 ‘파이’를 키우지는 못하고 있다.

지지층을 결집해 ‘집토끼’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평소에 특정 진영에 지지를 보내지 않는 무당층, 사안별로 표심을 바꾸는 중도층의 마음을 더 많이 얻는 쪽이 총선을 이긴다. 그런 점에서 ‘왜 한동훈이 총선에 나서야 하는가’라는 점을 무당·중도층은 아직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 않다. 사용법으로 가기 전에 ‘왜’라는 질문에 답이 지금 한 장관과 여당 앞에 있다.

이상훈 MBN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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