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적출은 이제 그만, 자궁근종·난소낭종의 해법, ‘로봇수술’ vs ‘비수술’

최동석 2023. 12.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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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닥 의학기자 최동석 원장ㅣ출처: 하이닥

생리통, 하혈은 여성의 운명?
여성들에게 매달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생리. 특히 극심한 생리통과 하혈, 생리전 증후군이 동반된다면 더 이상 참기 힘들 수 있습니다. 생리 때만 되면 중요한 일이나 계획을 미뤄야 하거나 심지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겠죠. 게다가 난임까지 유발한다면 반드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생리통이나 양이 적당한 정도로 있습니다. 크게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진통제 한두 알로 조절이 됩니다. 그러나 초경 즈음에는 괜찮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보통 20~30대부터 생리 관련 증상(생리통, 하혈, 부정출혈, 복부팽만 등)이 극심해진다면 많은 경우 자궁이나 난소 질환이 생겼기 때문이고 관리나 치료가 가능하므로 참지 않아도 됩니다. 대표적인 자궁질환은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용종이며 난소질환은 난소낭종과 자궁내막종입니다. 이들은 참을 경우 점점 커지고 증상이 심해지고 더 나아가 난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궁, 난소혹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되는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으면 자궁혹, 난소혹은 치료하지 않아도 될까?
한 조사에 의하면 가임기 여성의 80%가량이 생리 관련 증상(생리통, 생리과다 등)은 치료하지 않고 견뎌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자궁혹의 경우 증상을 유발하지 않고 임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크기와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커지거나 증상을 유발하는지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난소혹이 있을 경우 난소의 고유한 기능인 배란이나 호르몬 분비의 이상을 초래하여 임신을 어렵게 하고 호르몬 분비 저하 또는 불균형을 통해 여성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3~4cm 이상이며 없어지지 않는 경우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소혹의 경우 자궁혹보다 악성의 경우가 1%가량 되어 정밀검사 및 조직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궁근종의 경우 증상이나 임신을 방해하지 않으면 지켜볼 수 있고, 난소낭종의 경우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없어지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경우 치료가 필요합니다. 단 자궁혹, 난소혹의 경우 지켜본다면 불과 수개월 만에도 커질 수 있으므로 최소 6개월에서 1년마다 초음파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로봇’이 자동으로 수술하는 ‘로봇수술’?
자궁, 난소혹은 안타깝지만 약물치료로 효과적인 제거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결국 수술을 통한 외과적 제거나 괴사를 유도하는 비수술적 치료(자궁동맥색전술, 고주파 용해술, 하이푸 치료, 경화술)가 필요하게 됩니다.
요즘은 가급적 개복수술을 피하고 내시경적 수술을 시행하는데 가장 발전된 형태의 내시경수술이로봇을 이용한 로봇복강경수술입니다. 로봇수술은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로봇이 AI기술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수술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의사가 직접 로봇팔이 움직이도록 조정하여 수술하는 방식이므로 모든 환자가 매번 다른 수술을 하게 됩니다. 로봇수술은 버튼이나 조이스틱을 움직여 비디오게임을 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봇수술은 개복수술과 마찬가지로 로봇장비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시행하는 집도의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인과 프로게이머가 게임에 임하는 것을 예로 들 수도 있겠습니다.
즉 의사의 팔을 이용하여 수술 기구를 작동시키던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달리 의사가 간단한 손가락 조작을 통해 로봇팔을 움직이게 하여 수술을 하는 원리입니다. 로봇수술은 10배 이상의 고해상도 카메라와 떨림 없는 섬세한 조작, 사람의 손이 구현하기 어려운 540도 회전각을 통해 수술 결과를 향상시키고 통증과 출혈이 감소하여 결국 빠른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봇수술은 산부인과뿐 아니라 비뇨기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의료진과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 때문에 앞으로 대부분의 수술 영역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궁동맥 색전술, 하이푸·경화술 등 칼 대지 않고 하는 비수술 치료

로봇복강경수술은 하복부에 가로 또는 세로로 10cm 이상의 절개가 필요한 개복수술보다는 훨씬 작지만 배꼽에 2~2.5cm, 양옆에 1cm 크기의 절개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내시경과 특수 수술기구가 들어가게 됩니다. 비수술적 치료는 이러한 절개창 없이 영상의학적 장비를 이용하여 인체 내부를 관찰하며 외부에서 에너지를 종양에 집중시켜 치료하거나 종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버리거나, 가는 바늘 등을 통해서 약물을 주입해서 종양을 제거하는 치료 방법을 말합니다. 

하이푸(HIFU), 돋보기로 태양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원리ㅣ출처: 최상산부인과
경화술ㅣ출처: 최상산부인과

의학적 정식 용어는 중재적 시술(Interventional treatment)이라고 합니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중재적 시술에는 자궁동맥 색전술, 고주파 용해술, 고강도 초음파 집속술(하이푸 치료)가 있고 난소낭종, 자궁내막종을 치료하는 방법은 경화술이 있습니다. 각각의 비수술적 치료에는 장단점이 있어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향후 임신 희망 여부에 따라 시술 방법이나 치료 범위 등을 정해야 합니다.

‘로봇’이냐 ‘하이푸·경화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치료에 앞서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자궁이나 난소혹을 초음파를 통해 발견하였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진단이 불명확할 경우에는 종양표지자 검사와 MRI 검사 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든 수술이나 시술에는 장단점이 있으며 질환의 특징이나 위중도, 현재 환자의 건강 및 신체 조건, 향후 임신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무엇보다 우수한 치료 효과와 최소한의 신체 손상입니다. 따라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면 개복수술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비수술적 방법은 전신마취와 피부절개 및 봉합이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는 건강 상태나 수술에 대한 심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 선택하여 시행할 수 있습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최동석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최동석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전문가 대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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