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폰 '아이메시지' 앱 나오자마자…애플 곧바로 막았다

윤현성 기자 2023. 12. 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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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이유로 '비퍼 미니' 앱 차단…"개인정보 보호 위험 초래"
비퍼 미니, 안드로이드폰에서 '파랑 말풍선' 아이메시지 개방
애플 차단에 서비스 전환 모색…전화번호 대신 '애플 ID' 등록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애플의 메시지 규격인 '아이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비퍼 미니' 앱. (사진=비퍼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애플의 자체 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앱이 개발되자 애플이 곧바로 차단에 나섰다. 앱 개발사 측은 보안에 문제가 없다며 앱 구동 방식을 바꾸겠다고 나섰지만, 애플이 아이메시지의 '파랑 말풍선' 생태계를 쉽게 열어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보안을 이유로 지난 6일 출시된 '비퍼 미니(Beeber Mini)' 앱을 긴급 차단했다.

비퍼 미니는 아이메시지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구동하게 해준다. 당초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등 자사 기기끼리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는 파랑 말풍선, 안드로이드 등과는 초록 말풍선이 나타나도록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비퍼 미니는 안드로이드도 파랑 말풍선이 나타나도록 하고, 같은 규격 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만큼 아이폰-안드로이드 간 나타났던 사진·동영상 화질 문제나 전송 오류 문제 등도 개선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티콘, 타이핑 등 아이메시지의 여타 기능들도 모두 사용 가능하다.

비퍼 미니는 안드로이드폰의 전화번호를 아이메시지 서버에 등록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별다른 데이터 유출 문제나 해킹 없이도 아이메시지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구현해냈다는 게 개발사인 비퍼 측의 주장이다.

비퍼는 "비퍼 미니가 출시 직후 1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유료 안드로이드 앱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인기가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이 아이메시지를 통해 아이폰 이용자들과 함께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방증이라고도 부연했다.

하지만 애플은 비퍼 미니 서비스가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곧바로 차단에 나섰다.

애플은 "우리는 아이메시지에 접근하기 위한 가짜 자격 증명을 이용하는 기술을 차단해 사용자 보호에 나섰다"며 "이러한 기술은 메타데이터 노출 가능성 등을 포함해 사용자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에 위험을 초래했다. 우리는 사용자 보호를 위해 계속 업데이트를 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비퍼는 비퍼 미니가 아이메시지의 암호화 등을 침해하지 않은 채 작동하고, 사용자 데이터도 모두 보호된다고 반박했다.

애플 기기 전용 메시지 기능인 '아이메시지(iMessage)'와 일반 SMS./MMS.. (사진=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애플이 여전히 비퍼 미니의 보안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비퍼는 앱 구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는 안드로이드폰의 전화번호를 아이메시지 서버에 등록했지만 이제는 애플 ID로 로그인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애플 ID는 아이폰 이용자가 아니어도 생성할 수 있다. 애플 ID는 애플 생태계 내에 있는 만큼 애플이 지적하는 보안 문제를 해치지 않으면서 안드로이드폰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열어줄 수 있다는 게 비퍼의 판단이다.

하지만 애플이 비퍼 미니 같이 자사 규격을 뚫고 들어온 외부 앱을 허용할 가능성은 적다. 폐쇄적 생태계를 수성하는 건 애플의 오랜 전략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구글과 유럽연합(EU), 통신사 등의 압박에 기존에 고집해오던 SMS/MMS 대신 차세대 문자 규격인 RCS에 대한 지원을 내년 말까지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메시지 독자 규격을 두고 EU가 초강력 규제책인 디지털시장법(DMA) 적용 등을 시사하자 애플이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애플은 RCS 도입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이메시지 장벽을 완전히 치우지는 않았다. 애플 기기 간 아이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안드로이드 기기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경우에만 SMS/MMS 대신 RCS가 도입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아이메시지를 다른 OS(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도 아니며, 아이메시지만의 파랑 말풍선과 구분되는 초록 말풍선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한편 비퍼 측은 "비퍼 미니의 성공은 분명하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고객들은 고품질의 사진·영상 전송, 이모티콘을 비롯한 모든 기능을 활용해 함께 채팅하길 원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며칠 간 비퍼 미니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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