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건설에 민간 경쟁체제 도입...LH 독점 깨진다
설계·시공·감리 업체 선정도 외부에 맡겨
다중이용 건축물도 지자체가 감리 선정
구조설계는 구조기술사가 작성하도록 권한 책임 부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실상 독점해오던 공공주택 공급 구조에 민간 건설사가 직접 시행할 수 있는 민간 경쟁체제가 도입된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돼온 설계 ·시공·감리 업체 선정 권한도 외부 기관으로 이관된다. LH의 권한을 외부로 넘기고 민간 기업과 경쟁하도록 해 LH가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권한 이양하고 경쟁체제 도입
국토교통부는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LH 혁신방안’과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건설안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LH 전관과 건설 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LH 혁신방안의 핵심은 민간건설사도 공공주택을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공주택 특별법을 개정해 민간건설사 단독시행 유형을 추가할 방침이다. 민간 건설사가 LH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체 브랜드로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토부는 법 개정이 내년 상반기 개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당장 내년 착공 물량부터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앞으로 LH가 민간사업자와 경쟁하면서 더 나은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건설사엔 주택기금융자를 저리로 받을 수 있고, 택지를 감정가 이하로 매입할 수 있으며, 미분양 매입 확약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LH가 갖고 있던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선정권한도 모두 분산하기로 했다. 설계와 시공은 조달청, 감리는 국토안전관리원이 맡게 돼. 또 2급 이상 고위 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 사업 입찰을 원천 제한하기로 했다. 퇴직자 재취업 심사도 3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대상 업체도 200개에서 4400개로 늘렸다.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부실한 구조설계에서 기인한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LH가 설계하는 모든 아파트는 착공 전 구조설계를 외부 전문가가 검증하고, 부실 업체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수주를 제한한다.
○감리제도 바닥부터 재설계
국토부는 이와 함께 건설카르텔 개혁 방안을 함께 발표. 부실공사를 최종적으로 잡아내야 하는 감리가 독립된 위치에서 제대로 감독할 수 있도록 감리제도를 재설계할 방침이다. 앞으로 건축주 대신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확대한다. 현재는 주택으로 제한돼 있지만 이를 다중이용 건축물까지 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중이용 건축물은 5000㎡ 이상 문화, 집회, 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을 말한다. 선정 방식도 명부에 올라있는 감리들 중에 뽑는 단순 명부 방식에서 적격심사를 통과하도록 하는 객관적 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아예 국토부가 ‘국가인증 감리자’를 선정해 대형 프로젝트의 책임감리로 우대할 계획이다. 분야별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전문 감리법인제도 도입해 감리의 전문성도 강화한다.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고 있는 구조도면은 구조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한다. 안전과 직결된 구조설계에 대해서는 구조기술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권한과 책임을 지우기로 한 것이다.
감독체계를 강화해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공정은 국토안전원 등 공공기관이 현장을 점검하도록 의무화했다. 불량골재가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채취원부터 현장 납품까지 골재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건설 현장에서 공종별 팀장은 특급 혹은 고급 기능인 등 숙련된 기능인을 배치한다는 게 국토부의 복안이다.
이에 더해 공동주택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적정 감리비가 지원되도록 대가 기준도 현실화할 방침이다. 사업 인허가 땐 지자체가 공기와 대가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해 과도한 공기단축과 공사비 삭감을 방지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그동안 낮은 감리비가 적용됐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주택에도 적정 수준의 감리비가 지원되도록 부족분을 건축 가산비에 반영하기로 했다. 안전과 품질 실적에 따라 건설공사 보증료율 차등화하고,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할 방침이다.
서기열/유오상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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