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낮출테니 집 좀 사주소”…서울에만 매물 8만개나 쌓였다
1월 4만9774건→11월 7만7386건 증가
아파트값 내림세에도 전셋값은 29주 상승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특례보금자리론 축소 등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 한 지난해 말 1차 조정에 이어 2차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8일 기준 7만7386건으로, 이는 1년 전(5만3167건) 대비 31.29% 늘어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1월 4만9774건(1월 3일 기준)까지 감소해 바닥을 찍었다가 3월 말 6만22건(3월 24일 기준), 8월 말 7만406건(8월 26일 기준)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지더니 지난달에는 8만건에 육박했다.
매물 증가는 거래량 급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54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으로, 올해 1월(1412건) 이후 10개월 만에 2000건 밑으로 내려가 최저치 기록했다. 올해 1월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6월까지 꾸준히 증가해 8월에는 연중 최고인 3858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집값 고점 인식까지 맞물리면서 9월에 3375건으로 줄었다.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을 중단하자 10월에는 전월 대비 1000건 이상(31.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단기간에 급반등한 집값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정책 대출까지 축소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아파트 값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01% 내렸다. 지난 5월 셋째 주(-0.01%) 후 29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강북구(-0.06%)와 강남구(-0.05%), 구로구(-0.04%), 마포·동작·도봉구(-0.03%), 금천구(-0.06%), 은평구(-0.02%), 강서구(-0.01%) 등 전체 25개 구 중 14곳이 내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 관망세가 확대되고 매도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라며 “매물 가격이 조정되는 단지 위주로 간헐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추세대로면 연말께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연초 저점 수준으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4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7로 지난주(85.3)에 비해 0.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월 12일 84.6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매물 적체 및 거래량 감소가 계속될 경우 내년 초께에는 집값이 약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거침없는 반등세를 보여온 아파트 시장도 이제는 한풀 꺾일 것 같다. 다만 상승기대심리가 있어 매물증가나 갭투자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약세로는 가지 않고 당분간 소강 속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매물이 쌓이면 집값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약세 전환 시기는 연말 혹은 내년 초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 매물은 빠르게 소진되고,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특히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전세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9개월 만에 3.3㎡당 2300만원을 다시 넘어서는 등 2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별로 강남 권역에서는 강서(1.48%), 영등포(1.45%), 강동(1.18%), 송파(1.13%)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강북 권역은 용산이 전월보다 2.98% 올라 서울 전체 지역 가운데 가장 상승폭이 컸고 성북(2.13%)도 2%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2308만5000원으로, 전달 대비 0.88% 상승했다. 3.3㎡당 2300만원을 넘은 것은 올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 3.3㎡당 전셋값은 1월 2398만3000원에서 7월 2245만1000원까지 하락했지만, 8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단지(전용 108㎡)는 지난 10월 7억~8억원대 거래된 이후 지난달 말부터 8억8000만원에서 9억원까지에 거래되고 있다. 강서구 한강타운 아파트(전용 84㎡)는 지난 10월 3억6800만~5억원 선에서 거래된 뒤 지난달 5일 5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반등은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역전세 해소를 위해 전세 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작됐다. 또 전세 사기 여파로 주택 임대 수요가 아파트에 집중된 데다, 집값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세로 돌아선 주택 매매 수요까지 전세로 몰리면서 수급불균형이 가속화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부동산R114)로 예상된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과거 입주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1년(2만336가구)보다도 절반가량 줄었고, 올해(3만2795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입주 물량이 급감으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전셋값 상승으로 주거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매매 수요 축소로 인한 수요 유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입주 물량이 소폭 감소해 전셋값은 상승할 것”이라며 “전세보증금 반환 이슈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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