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종, “‘이두나!’의 20대초반 순수청년은 이제 못할 것 같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할때 몰입이 된다. 하지만 원준을 마지막으로 20대 초반의 순수한 역할은 끝난 것 같다. 그동안 맡은 캐릭터마다 열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으로 20대 초반 순수청년은 못할 것 같다.”
배우 양세종(30)이 군 전역후 복귀작인 넷플릭스 로맨스 드라마 ‘이두나!’에서 평범한 대학생인 이원준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그의 눈물연기는 많은 시청자를 찡하게 만들었다. 순수하고, 안돼 보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 4년만에 선택한 이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POP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수지)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9부작 시리즈다.
실제 자신보다 10살 정도나 어린 극중 20대 초반의 원준 역할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순수하지만 감정 표현에는 서툰 원준을 디테일하게 소화해 내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냈다.
“이원준이라는 인물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대본에 집중했다. 20대 초반의 원준에 집중하려 했다. 작가님이 원준 서사를 잘 써주셨다.”
양세종은 원준 판타지라는 말에 대해 “제 주위에는 없지만 세상에 있을듯 하다”면서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배려심이 많고 말을 잘들어준다”고 말했다. 원준과 자신이 닮은 부분도 있다고 했다. “생각이 많고 순수한 면. 물론 원준이 더 순수하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책임감 많은 것도 저와 닮은 면이다. 아, 20대 후반에 사무관 되는 건 쉽지 않다고 하더라.”
원준이 입주한 대학교 근처 셰어 하우스에 두나가 입주하면서 서사가 시작된다. 자신에게 반말을 하고 당돌하게 계속 다가오는 두나가 불편하면서도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두나는 불과 얼마전만 해도 최정상 아이돌로서 세상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살다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자취를 감춘 채 셰어하우스에서 숨어지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중학생이었던 두나를 발굴한 매니저 실장 P(이진욱)다. P는 아직 아이돌로서 두나의 가치가 있음을 알고 복귀시키기 위해 수시로 다가온다.
“P가 수지를 데리고 갈 때 원준은 화가 났다기 보다는 두나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저 사람은 두나에게 어떤 존재이지? 원준이 그 실체를 알게 되면서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원준이 P랑 독대하면서 현실을 파악하게 된다. 내가 두나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구나 하고 현실을 자각한다.”
하지만 원준은 두나를 좋아하고 있음을 느낀다.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하게 된 두나가 보고 싶어 진 것이다. 양세종은 “원준이 두나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 장면은 없다. 그냥 두나에게 스며든 거다. 서서히 마음이 열린 거고. 어떤 순간에 그런 감정들로 스며들었다. 그러면서 두나와 고민을 공유하고싶어지고. 이건 원준의 어릴적부터의 친구인 진주(하영)와의 관계와 정서와는 아예 다르다”고 했다.
양세종은 그런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걸 이정효 감독 덕분으로 돌렸다. 양세종은 “이정효 감독님이 워낙 감각적이고 섬세하신 분이다. 리허설을 하면 온전히 원준으로 살 수 있게 물어봐주셨다”고 했다. 전라도 광주광역시 양림동에 있는 셰어하우스에서 그런 점에 대해 많은 소통을 했다고 전했다.
양세종은 그동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사랑의 온도’ 등 로맨스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다. 멜로의 왕이 되어간다. 그는 “작가와 감독이 작품을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수지가 두나로 왔을 때, 두나와 원준이로 살아 숨쉬는 현장이었다. 호흡도 잘 통하고 행복한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수지는 착하고 털털하고 배려심이 많았다. 그릇이 큰 것 같았다”고 함께 연기한 수지에 대한 인상을 전하기도 했다.
양세종은 이번 작품에서 맡은 원준 캐릭터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었을까? 그는 “누군가 한번쯤 겪어봤을 사랑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사랑이 성숙해가고 변해가는데, 그 향수를 한번쯤 느껴보시지 않을까 싶은 바람이다”고 멋있는 답변을 해주었다.
또한, 극중에서처럼 톱스타인 아이돌이 대쉬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노(No). 너무 부담스럽다. 내가 원준 같은 비연예인이라도 ‘노’다. 나의 사생활도 노출되고, 너무 다른 우주의 사람이라 부담을 느껴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세종은 “나도 20대초에는 웃음이 많았다. 연기하면서 성격이 변했다. 딥(deep)해지고.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의 패턴이자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애환(?)을 전했다. 배역을 맡았는데, 소화를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했다.
양세종은 고등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연극을 보게 되면서 연기와 배우에 관심을 갖게됐다. 노래와 춤까지 섞인 그 작품을 보면서 다들 울고 있었다. 그때 “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게, 사람들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원래 체대를 목표로 태권도로 입시를 준비하려고 하다가 고2때 연기로 목표가 바뀌었다”고 했다.
양세종은 “대학시절 연기가 좋아 발표를 준비하다 제 자신의 원망과 현실을 마주해보기도 했다. 내가 처한 현실을 받아들였을때, 패배를 인정하기는 싫지만 현실임을 알고 웃다가 울고. 그 때 조금 철이 들었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연기자로 주어진 배역을 후회 없이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2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팬미팅 ‘우리, 다시, 여기 (You & I, Again)’를 개최한 양세종은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젠가 남성성 짙은 멜로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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