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X케인X아구에로X램파드X루니' 그리고 손흥민...역대 7번째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손흥민이 월드클래스 대열에 합류했다. 리그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놀라운 대업을 달성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을 남겼다.
토트넘 훗스퍼는 11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16라운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4-1로 제압했다. 5경기 무승에서 탈출한 토트넘(승점 30)은 5위에 위치했다.
손흥민은 부상 우려를 딛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 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맞대결 당시 당시 상대와 충돌로 고통을 호소했었다.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상태에 대해 "최근 업데이트가 어젯밤 늦게였다. 경기 종료 이후 손흥민은 분명 아팠고 오늘 어떻게 회복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상대와 충돌한 선수가 몇 있지만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라며 손흥민 부상을 우려했다.
경기 종료 이후 손흥민 역시 "조금 아프다. 충돌 당시가 훨씬 아팠다. 경기가 끝나고도 아파 진통제를 먹었다. 내일이 되어야 알겠지만 심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손흥민이 빠르게 부상에서 딛고 다시 토트넘 창끝을 책임졌다.
이번엔 역할이 달랐다. 'TOP SON' 카드 대신 'LW SON'이 나왔다. 최근 계속되는 부진 끝에 꺼내든 카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 원톱에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 그리고 브레넌 존슨으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중원은 이브비수마와 파페 사르가 책임졌다. 4백은 좌측부터 데스티니 우도지, 벤 데이비스,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호흡을 맞췄다. 골키퍼 장갑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착용했다.
에디 하우 감독이 이끄는 뉴캐슬도 총력전에 나섰다. 앤서니 고든, 알렉산더 이삭, 미구엘 알미론 쓰리톱이 나왔다. 미드필드엔 조엘린톤, 브루노 기마랑이스, 루이스 마일리가 포진했다. 수비는 발렌티노 리브라멘토, 파비안 셰어, 자말 라셀레스, 키어런 트리피어가 구성했다. 골문은 닉 포프 대신 마르틴 두브라브카가 지켰다.
토트넘이 포문을 열었다. 전반 4분 손흥민 원터치 패스와 쿨루셉스키 침투 패스에 이어 히샬리송이 기회를 잡았다. 박스 안에서 왼발로 슈팅했지만 빗나갔다. 뉴캐슬도 반격했다. 전반 6분 조엘린톤 컷백에 이어 기마랑이스가 슈팅했지만 벗어났다.
분위기가 고조됐다. 전반 8분 뉴캐슬은 하프라인 아래에서부터 돌파한 고든이 크로스했지만 데이비스가 발을 뻗어 걷어냈다. 결정적인 찬스였지만 이삭에게 닿지 않았다. 전반 16분 토트넘은 코너킥 찬스에서 로메로가 헤더했지만 수비에 막혔다.
손흥민이 번뜩였다. 전반 18분 트리피어 앞에서 시도한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지만 히샬리송이 살리지 못했다. 전반 21분 히샬리송이 사르에게 패스한 다음 직접 뛰어가 찬스를 잡았지만 존슨 크로스는 살리지 못했다. 아슬아슬한 균형이 이어졌다. 결국 토트넘이 균형을 깨뜨렸다. 전반 26분 손흥민이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트리피어를 제쳤다. 문전에 있던 우도지가 크로스를 침착하게 밀어 넣어 골망을 갈랐다.
비카리오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전반 33분 토트넘 패스 미스가 뉴캐슬 역습으로 전개됐다. 이삭과 고든에 이어 알미론이 슈팅했지만 비카리오가 팔을 뻗어 막았다. 격차가 벌어졌다. 이번에도 손흥민 기점이었다. 전반 38분 다시 한번 왼쪽 측면에서 트리피어를 무너뜨렸다. 이번엔 히샬리송이 컷백을 넣치지 않고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이 고삐를 당겼다. 전반 40분 존슨이 구석을 노려 슈팅했지만 빗나갔다. 전반 41분 쿨루셉스키 슈팅이 두브라브카에 막혔다. 전반 43분 손흥민과 쿨루셉스키에 이어 히샬리송에게 전달됐지만 살리지 못했다. 뉴캐슬은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데 이어 상대 압박에 휘둘렸다. 전반전은 토트넘이 2-0으로 앞선 채 끝났다.
급해진 뉴캐슬이 라인을 올리고 공격에 나섰다. 후반 6분 트리피어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전개됐지만 고든 슈팅이 하늘로 솟구쳤다. 후반 7분 조엘린톤과 기마랑이스를 거친 다음 다시 트리피어 크로스가 나왔지만 데이비스가 발을 뻗어 저지했다.
토트넘도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10분 비수마가 세컨볼을 잡고 슈팅했지만 두브라브카에 막혔다. 격차가 벌어졌다. 계속 찬스를 놓쳤던 히샬리송이 기어코 결실을 맺었다. 후반 10분 포로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전개됐다. 라셀레스와 경합에서 승리한 히샬리송이 침착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스코어는 어느덧 3-0이 됐다.
토트넘이 골대까지 강타했다. 후반 17분 존슨이 침투 패스를 받은 다음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에 막혔다. 패색이 짙어진 뉴캐슬이 교체를 활용했다. 후반 19분 알미론과 이삭이 나오고 롱스태프와 윌슨이 투입됐다. 하우 감독이 던진 승부수였다.
손흥민도 기회를 잡았다. 후반 17분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발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빗나갔다. 토트넘 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21분 쿨루셉스키가 먼 거리에서 과감하게 슈팅했지만 골키퍼 정면에 막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변화를 가져갔다. 후반 28분 사르와 히샬리송이 나오고 호이비에르와 로 셀소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주장이 쐐기를 박았다. 후반 37분 포로 침투 패스로 연출된 일대일 상황. 손흥민이 두브라브카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PK)을 얻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낮게 깔린 슈팅으로 득점했다. 올 시즌 리그 10호골이 탄생하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남은 시간 토트넘은 비수마, 존슨, 손흥민을 불러들이고 힐, 스킵, 돈리를 투입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뉴캐슬은 트리피어 대신 크래프를 넣었다. 다행히 무득점은 만회했다. 후반 추가시간 윌슨 패스를 조엘린톤이 밀어 넣어 득점했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4-1 완승으로 끝났다.
'1골 2도움' 손흥민은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오랜만에 중앙에서 측면으로 위치를 옮겼지만 가장 자신 있던 포지션답게 주어진 임무를 완성했다. 같은 지역 상대가 리그 톱급 풀백이자 옛 동료 트리피어라는 점도 더욱 의미 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돈리와 교체되기 전까지 사실상 풀타임에 가깝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오늘 뉴캐슬에 맞서 손흥민이 기록한 주요 스텟은 볼 터치 54회, 패스 성공률 81%(31회 시도-25회 성공), 키패스 4회, 빅찬스 2회, 드리블 성공률 60%(5회 시도-3회 성공), 슈팅 2회, 유효 슈팅 2회, 기대 득점(xG) 1.07, 기대 어시스트(xA) 0.34 등이 있다.
손흥민 하나가 승부를 결정지은 셈. 당연히 MOTM(Man Of The Match, 수훈 선수)도 차지했다. PL 사무국 홈페이지에서 선정된 MOTM에서 손흥민(72.2%)은 히샬리송(9%), 포로(7%), 트리피어(6%), 우도지(3.6%) 등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평점도 최고치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 '소파 스코어', '풋몹' 손흥민에게 9.5점을 부여했다. 이날 경기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 중 유일한 9점대다.
손흥민은 새 역사를 완성했다. 'PL 역대 최다골 23위(113골)'은 물론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기록도 수립했다. 특히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은 월드클래스들이 총집합하는 PL 무대에서도 역사상 단 6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티에리 앙리, 해리 케인, 세르히오 아구에로, 프랭크 램파드, 웨인 루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주목할 점은 득점 페이스다. 2016-17시즌부터 2023-24시즌까지 두 자릿수 득점(14골→12골→12골→11골→17골→23골→10골→10골)을 살펴보면 역대 가장 빠르다.
먼저 2016-17시즌은 32라운드 왓포드전에서 두 자릿수 고지에 올랐다. 2017-18시즌은 29라운드 허더스필드전이다. 2018-19시즌은 25라운드 뉴캐슬전이다. 2019-20시즌은 35라운드 아스널전이다. 네 시즌 모두 20라운드 이후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2020-21시즌은 11라운드 아스널전으로 역대 가장 빠르다. 득점왕에 올랐던 2021-22시즌은 27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전이다. 안와골절과 스포츠 탈장으로 고생했던 2022-23시즌은 34라운드 리버풀전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2023-24시즌은 16라운드 뉴캐슬전에서 두 자릿수 고지를 밟았다. 역대 두 번째로 빠른 페이스다.
이처럼 손흥민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파괴적인 파트너십을 자랑했던 해리 케인이 떠나고도 더 빠른 속도를 보여줬다. 손흥민 발끝이 PL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경기 종료 이후 손흥민은 SNS를 통해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리액션입니다. 다시 승리 가도로 돌아왔습니다. 모두에게 받은 사랑에 감사합니다. COYS(Come On You, Spurs)'!"라고 남기며 토트넘을 상징하는 하얀색 하트를 덧붙였다.
한편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토트넘에 한 가지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아찔한 태클로 경고를 받은 로메로다. 경고 누적 징계 이후 두 번째 경기만이다.
지난 11라운드 첼시전 당시 로메로는 볼을 먼저 건드리긴 했지만 스터드가 아르헨티나 동료 엔조 페르난데스 발목을 가격했다. 신중하게 태클했다면 페널티킥(PK)은 물론 퇴장까지 당하지 않았을 수 있던 만큼 치명적인 실수였다.
줄부상과 로메로 퇴장으로 내리막이 시작됐다. 12라운드 울버햄튼전(1-2 패), 13라운드 애스턴 빌라전(1-2 패),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3-3 무), 15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1-2 패)까지 5경기 무승에 빠졌다. 토트넘발 돌풍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로메로는 웨스트햄전에서 복귀했다. 경기에 앞서 뭉클한 사진이 공개됐다. 토트넘은 공식 채널에 포옹을 나누고 있는 주장 손흥민과 부주장 로메로를 공유했다. 팬들은 "우리는 쿠티(로메로)가 필요해! 남은 시즌은 퇴장이나 부상이 없길", "귀여운 주장단", "토트넘 브로맨스 끝판! 정말 긍정적인 에너지야", "우리 모두가 로메로를 그리워하고 있어", "CUTISONNY"라고 댓글을 남기며 주장과 부주장을 응원했다.
완승 동안 경기 도중 팬들 가슴을 철렁이게 만든 장면이 있다. 후반 34분 로메로가 윌슨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아찔한 태클을 시도했다. 로메로는 팔을 들어 미안하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위험한 장면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출신이자 은퇴 이후 해설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게리 네빌은 "로메로는 이번에는 무사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토트넘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미쳤다. 솔직히 정말 화가 났다. 얼핏 보면 레드카드같다. 주심도 (레드카드를) 생각하고 있었다.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토트넘에서 뛰었던 선배 마이클 도슨 역시 "어리석은 파울이었다. 로메로는 방금 징계에서 돌아왔다. 정상이 아니었다. 내 생각에 그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 워낙 뛰어난 선수이지만 항상 퇴장 당하려고 한다면 좋지 않을 것이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올 시즌 토트넘은 주장으로 손흥민을 선임했고 매디슨과 로메로에게 부주장을 맡겼다. 로메로는 토트넘 입단 이후 세 시즌 동안 경고만 25장(경고 누적 퇴장 3회), 퇴장 1회을 받았다. 실점을 막는 수비수와 동료를 이끄는 부주장으로서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 선수 스스로도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꼭 고쳐야 할 대목이다.
로메로 외에 다른 논란도 있었다. 눈부신 선방쇼를 보여주고 있는 비카리오다. 글로벌 매체 'ESPN'은 "토트넘이 뉴캐슬에 4-1로 이긴 가운데 윌슨은 경기 종료 무렵 비카리오가 얼굴을 드리미는 모습을 보자 '존중이 부족하다'라고 비난했다. 교체로 투입된 윌슨은 26분 남짓 소화했지만, 헤더를 막은 비카리오가 혀를 내민 것처럼 보이는 사건으로 논란이 발생했다"라고 보도했다. 윌슨은 영국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에버턴이 승리할 때 조던 픽포드가 장난치는 걸 봤다. 오늘 비카리오는 내 헤더를 막자 얼굴로 장난쳤다. 존중이 부족하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종료 무렵 비카리오는 크래프 크로스에 이어 윌슨 헤더를 막자 도발하며 볼을 처리했다. 오랜만에 승리가 눈앞인 상황이어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모습. 비카리오는 SNS를 통해 "존중은 나를 존중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라며 반박했다.
이처럼 토트넘과 뉴캐슬 사이 맞대결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뉴캐슬전 승리로 무승 탈출에 성공한 토트넘은 다음 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 원정에서 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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