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설사도 ‘LH 브랜드’ 떼고 공공주택 직접 지을 수 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후속 조치
불법 저지르면 징벌적 손배 최대 5배 부과하기로
앞으로는 민간 건설사도 공공주택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실상 독점해 온 공공주택 시장이 LH와 민간건설사의 경쟁 체제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또 LH의 공공주택 설계·시공업체 선정권한은 조달청, 감리업체 선정권한은 국토안전관리원에 각각 이관한다. 공공주택은 발주청 대신 국토안전원이 감리업체와 계약을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4월 인천 LH 검단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후속 조치다. ‘철근 누락’과 같은 부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LH의 과도한 권한과 전관 영향력을 축소하고, 건설산업 전반에 상호 견제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우선 민간 건설사가 자체 브랜드의 공공주택을 직접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공공주택은 LH가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LH가 시행·민간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두가지 방법으로만 공급됐는데, 여기에 민간건설사 단독시행 유형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주택사업자로 지정된 민간건설사는 공공택지를 감정가 이하로 매입할 수 있고, 주택도시기금을 저리 융자 받을 수 있다. 또 분양이 되지 않을 경우 LH가 미분양 물량을 매입한다. 정부는 입주자 만족도 평가를 거쳐 주택을 더 잘 지은 사업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발주처로서의 LH 지위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이권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되어 온 설계·시공업체 선정권은 조달청에, 감리업체 선정권은 국토안전관리원(법 개정 전까지는 조달청)으로 각각 이관된다. LH는 선정된 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등 용역 관리 업무만 맡게 된다.
공공주택의 경우 LH가 아닌 국토안전원이 감리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발주처인 LH의 공기압박 요구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감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감리가 시공사에게 공사중지권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건축주 뿐 아니라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에도 보고가 되도록 했다.
LH ‘전관 카르텔’ 혁파 방안도 마련됐다. 우선 2급 이상(부장급)만 받던 재취업 심사가 3급 이상(차장급)으로 확대된다. 취업 심사 대상 업체의 자본금 기준은 폐지되고 매출액 기준은 대폭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2급 이상 퇴직자가 자본금 1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설계·감리회사에 취업할 때만 심사를 받으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설계·감리 엔지니어링 업체 전체, 매출 10억원 이상의 건축사 사무소에 재취업하려는 LH 차장급 이상 직원 모두 퇴직자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취업 심사 대상 업체 수는 200여개에서 4400여개로 대폭 늘어난다.
부실공사 업체에 대한 처벌규정도 강화된다. LH 공사·용역 시 ‘철근 누락 ’등 주요 안전 항목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LH 사업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키로 했다.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게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부과된다.
이밖에도 정부는 건축주가 시공사에게 적정 공사 기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공사 유형별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느라 안전사고가 나는 일은 막겠다는 취지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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