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푸틴 대선 출마 선언 전후로 6일째 행방 묘연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감된 뒤 실종됐다고 그의 측근들이 밝혔다. 실종 시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기 이틀 전쯤부터다. 이에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1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이감된 뒤 6일째 연락 두절 상태다. 이날 예정돼 있던 법원 화상 심리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나발니는 대표적인 반(反)푸틴 인사로, 러시아 부정부패를 꾸준히 고발해 왔다. 2021년 1월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형을 받았다가, 이듬해 3월 사기 및 법정 모욕 등 혐의로 징역 9년 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나발니 측근들은 현재 그가 어느 교도소로 이감됐는지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나발니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에 따르면 기존 교도소 측은 “나발니는 더 이상 이곳 수감자가 아니다”라는 입장만을 내놓을 뿐, 그가 어느 교도소로 이감됐는지 등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상태다. 야르미시는 “우리는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며 “러시아 전역에 약 30개 교도소가 있는데, 이 모든 장소를 뒤져서라도 나발니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나발니 실종 소식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지 3일만에 전해졌다. 이날 기준 실종이 최소 6일째라는 점을 감안하면, 푸틴 대통령 대선 출마 공식화 직전부터 사라진 셈이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 전인 이달 초부터 감옥에서 푸틴 대통령 재집권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푸틴에게만 투표를 안 하면 된다”며 “어차피 선거 결과는 조작될 가능성이 높지만, 러시아에 더 이상 푸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주요 외신 등 일각에서는 나발니 실종에 러시아 정부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가 선거 운동 전 나발니의 입을 막고 지지자들로부터 그를 차단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나발니 보좌관 레오니트 볼코프도 엑스(옛 트위터)에 “이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크렘린궁의 의도적인 통제”라며 “오는 대선에서 푸틴은 나발니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고 싶어 한다”고 적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나발니 실종 소식에 “애초에 나발니는 감옥에 갇힐 이유가 없었다”며 “그는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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