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독점 공공주택, 민간건설사에도 단독시행권
공공주택 사업에 LH-민간 경쟁체제 도입
LH 전관은 입찰부터 '원천차단'
감리·설계·시공 간 상호견제 체계 구축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주도하는 공공주택 사업에 민간 경쟁시스템이 도입된다. 철근 누락 등 안전 항목 위반시 LH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만들어진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철근누락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LH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제거하고, 건설산업 전반에 고착화된 카르텔을 혁파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다.
지난 2021년 문제가 커졌던 LH 투기사태 후에도 2차례의 혁신 방안이 나왔으나 올해 초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와 철근 누락 등 부실까지 발생하자 후속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우선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LH와 민간의 경쟁시스템으로 재편한다. 사실상 독점 공급자였던 LH가 자체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공공주택이 민간 중심의 공급구조로 전환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현재는 'LH 단독시행' 또는 'LH와 민간건설사 공동 시행' 방식인데, 여기에 '민간건설사 단독시행' 유형을 추가해 LH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민간 자체 브랜드를 공급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는 민간건설사도 공공주택을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입주자 만족도 등 평가결과를 비교해 더 잘 짓는 시행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향후 공급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민간 건설업계도 공공주택사업자로 지정시 주택기금 지원이나 미분양 매입 확약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침체된 시장 여건 속에서 보다 안정적인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H의 업체 선정 권한도 분산한다. 설계·시공업체 선정은 조달청으로 옮긴다. 감리업체 선정은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옮기지만 법률개정 전까지는 조달청이 맡는다.
2급 이상 고위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사업에 입찰을 원천 제한하고,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는 대폭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기존 2급이상 퇴직자 대상이었던 재취업 심사는 3급이상으로 넓히고, 200여개 수준이었던 재취업 심사 대상업체는 4400여개로 늘린다. 기관업무 심사대상자의 경우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재취업 판단기준을 1급에서 2급으로 넓힌다.
LH가 설계하는 모든 아파트는 착공 전 구조설계를 외부 전문가가 검증하고, 구조도면 등 안전과 직결되는 항목은 대국민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한다.
LH 현장에서 철근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일정기간 LH 사업에 대해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한다.
건설 카르텔 혁파를 위해 감리제도 재설계와 명확한 설계 책임 부여와 검증 체계를 강화한다.
건축주 대신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은 현재 '주택'만 해당됐으나 이를 5000㎡ 이상 문화·집회·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 등 다중이용 건축물 확대한다.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감리 선정방식도 단순 명부방식에서 적격심사 방식으로 개선한다. 실력과 전문성이 우수한 감리를 '국가인증 감리자'로 선정해 고층·대형 공사 등의 책임감리로 우대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보유하고 감리 업무만 전담하는 전문법인을 도입하는 등 전문성도 강화한다.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고 있는 구조도면은 구조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화한다.
공공공사에 적용 중인 건설사의 설계검토 의무를 민간공사까지 확대하고, 시공 중 기초와 주요부 등 설계 변경시 구조전문가 검토를 거치도록 해 설계와 시공 간 상호검증 체계도 강화한다.
건설현장 감독체계도 강화한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공정은 공공(국토안전원 등)이 현장을 점검한 후 후속공정을 진행하고, 불량골재 유통 차단을 위해 채취원부터 현장 납품까지 골재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현장 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공종별 팀장은 특·고급 기능인 등 숙련 기능인을 배치할 계획이다.
적정 공기 내에서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주택 사업에는 부족한 감리비를 건축가산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적정 감리비가 지원되도록 대가 기준도 현실화한다. 사업 인허가시에는 건축위원회(지자체)가 공기와 대가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과도한 공기단축과 공사비 삭감을 방지할 계획이다.
안전과 품질 실적에 따라 건설공사 보증료율을 차등화하고,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이번 대책 중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조속히 개정안을 발의하고, 하위법령 또는 LH 내규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번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LH가 되기를 바란다"며 "건설안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LH 전관과 건설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국민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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