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에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기업 채용 담당자가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는 후보자가 지원한 회사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만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회사의 비전이나 성장성, 직급과 처우 수준 등 객관적인 정보는 후보자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헤드헌터로서 채용 과정을 조율하며 느낀 점은 그 과정에서 경험한 사소한 사건이 기업에 대한 후보자의 주관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하고, 입사와 같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한 취업 플랫폼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63%가 평소 가고 싶었던 기업이라 하더라도 채용 과정에서 경험이 부정적이라면 입사를 망설인다고 답했다.
후보자가 채용 과정에서 느끼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제 이력서는 도대체 어디로 갔나요?”
제출 서류의 검토 여부는 실제로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헤드헌터가 받는 문의사항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채용 담당자 다수는 해당 포지션의 서류 검토 기간이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이미 알고 있으니 사전에 대략 안내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고지했던 기간이 지났는데도 서류 검토가 지연된다면 그 사유와 예상 기간을 반드시 한번 더 공유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여기서부터 꼬이면 후보자는 기업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게 되고, 전형의 후반부로 가면서 인터뷰를 고사하거나 처우 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불필요한 설득이나 협상이 필요해지는 사례가 적잖다.
2. 인터뷰 조율하는 방식서 기업문화 엿볼 수 있다.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는 방법은 크게 ‘후보자 제시형’과 ‘기업 제시형’ 두가지가 있다.
전자는 후보자가 면접 일정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으로, 후보자는 자신의 상황을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이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기업은 일정을 먼저 제안하는데, 이때에도 반드시 여러 날짜를 제시하고 후보자가 이 중에서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기업이 후보자에게 한가지 인터뷰 옵션만 주고 “무조건 이때에 맞춰 참석하라”는 식이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한편 인터뷰 진행 방식은 ‘화상면접’과 ‘대면면접’ 두가지가 있는데, 요즘은 둘을 상황에 맞게 혼용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추세다. 화상면접은 비교적 후보자의 시간과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참석을 유도하기 좋다. 이러한 인터뷰 조율 과정은 면접을 넘어 입사 후 본인이 일하게 될 환경과 조직문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전조이기 때문에 채용 담당자는 신중하고 사려 깊게 접근해야 한다.
3. 정확한 정보로 후보자의 이미지 트레이닝 도와주자.
후보자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면접 때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나름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본다. 그런데 막상 면접에 참석해보니 상상했던 모습과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면? 면접 당일은 후보자가 작은 변수에도 예민해져 있는 탓에 당황한 나머지 그 자체를 그르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후보자는 “미리 말씀해주셨던 면접관 중에서 A는 들어오지 않으셨던데요”라며 사소한 부분이지만 그것 탓에 당황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채용 담당자는 면접관과 면접 시작 시간 및 예상 시간, 면접 복장 및 장소(찾아오는 길, 건물 출입방법, 컨택 포인트)와 같이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정확히 공지하고 또 이것이 내부적으로 지켜질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첫질문으로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은지, 면접관의 성향은 어떤지, 어떤 이력·역량에 대한 설명을 준비하면 좋을지까지 사전에 코치해줄 수 있다면 후보자가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할 수 있다.
4. 면접 피드백은 간단하게라도 꼭 전달하자.
요즘은 공정채용법(채용절차법) 제정의 영향으로 채용 담당자들이 면접 결과 통보에 이전보다는 공을 들이는 편이다. 다만, 면접 피드백을 전달하는 데는 여전히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합격자에게 면접 결과를 통보할 때는 후보자의 다음 단계 진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여 피드백을 주면 좋다.
예컨대 1차 면접 합격 통보라면 면접관이 답변에서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 공유해주면 후보자가 다음 면접을 준비하면서 방향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다. 또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면, 회사가 후보자에 대해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최종 합격 통보를 했는지 설명해주자. 회사의 진정성이 전달되어 후보자의 입사 의지가 더 높아진다.
불합격 사유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사정이 있어서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탓에 후보자와의 여정을 잘 마무리한다는 느낌으로 톤 앤드 매너를 조절하여 통보하면 충분하다. 다만 헤드헌터에게는 탈락 사유를 상세히 공유하는 것이 적합한 후보자를 추가로 소싱 받는데 필수적이다.
음식 맛이 없다고 식당 주인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는 손님이 적듯이, 채용 경험이 좋지 않았다고 인사 담당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직접 전달하는 후보자는 거의 없다. 인터뷰 참석을 거절하거나 입사를 선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용히 돌아선다.
여러 채용건을 진행하면 할수록 후보자의 사소한 경험을 위해 디테일한 노력을 기울이는 채용 담당자야말로 성사율을 높이는 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인재를 떠나 보내고 있다면 후보자 경험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채용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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