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누락' 부른 LH 설계·감리 대수술…독점 권한 전부 외부에 넘긴다

방윤영 기자 2023. 12.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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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진주사옥/사진제공=LH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설계·시공·감리 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과 국토안전관리원으로 넘긴다. LH는 연간 10조원 규모의 공공택지·주택을 공급하는 '공룡 공기업'으로, 주택건설 전 과정에서 시공업체를 직접 선정해 전관 업체의 이권 개입 가능성이 높아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이 전관업체의 설계·감리 부실로 드러난 만큼, LH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제거해 이번 사태의 환부를 도려낸다는 목표다.
LH 독점적 발주 권한, 조달청·국토안전관리원으로 분산
12일 국토교통부와 관계부처가 발표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에 따르면 LH가 주택건설 과정에서 독점하는 이권의 핵심인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선정 권한을 전문기관으로 이관한다. 설계·시공 등 업체 선정 권한은 조달청에, 감리용역 업체 선정·감독 기능은 건설안전 전문기관 국토안전관리원에 넘어간다.
LH 주요 사업 현황 /사진=국토부
올해 4월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이 LH 전관업체의 설계·감리 부실로 드러난 만큼 거대 발주처인 LH의 권한을 조정해 이권에 취약한 입찰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설계공모를 포함한 설계 용역업체와 시공업체의 선정·계약체결 등은 조달청에 위탁하고, LH는 선정된 업체의 용역수행만 관리한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민간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진입장벽 없는 공정한 심사 방법과 기준을 마련하고 조달청이 심사위원을 구성·평가해 업체 선정을 담당한다. LH가 위탁 대상만 결정하면 조달청이 업체를 선정하고, LH는 대금 지급과 이행관리만 하는 구조다.

감리용역 업체 선정과 감독 기능은 건설안전 전문기관 국토안전관리원이 맡는다. 감리를 발주처인 LH와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한다. 이는 LH법 등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그 이전까지는 조달청이 감리업체 선정·계약업무를 담당한다.
'부실 유발' 하도급·검증체계·공법 등 모두 뜯어고친다
이외에도 부실을 유발하는 구조설계 하도급 문제를 바로잡는다. 지금은 건축사가 구조설계를 구조기술사에 하도급을 주는 구조로 설계의 책임성이 저하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축설계와 구조설계 공동계약 방식을 도입해 책임성을 강화한다. LH가 건축사·구조기술사 컨소시엄과 직접 계약을 맺고, 용역대가도 LH가 직접 지급한다.

구조설계 검증을 위해 LH 내·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2단계 검증시스템을 구축한다. 1단계로 LH '구조견적단'은 '주택설계검증처'로 개편해 구조설계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2단계에서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구조검증위원회'에서 모든 단지의 구조설계를 검증한다.

시공 단계에서는 안전점검을 강화한다. 현재는 10층 미만 건축물, 지하주차장 등 정기안전점검의 예외 사례가 존재하면서다. 앞으로는 구조·층수와 관계없이 정기안전점검을 의무화하고,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주차장은 층마다 안전점검을 받도록 한다. 준공 시 비파괴검사, 콘크리트 강도 검사를 통해 구조 안전을 최종 점검한다.

철근누락의 원인으로 현장 인력의 의존도가 높은 공법이 지적된 만큼, 현장 시공을 최소화하기 위해 OSC(탈현장공법)·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등 적용업체에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한다. OSC와 PC는 모두 제조공장에서 구조물과 부품 등을 만든 후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되는 방식으로 균일한 품질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공법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4월 인천시 서구 검단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모습. /사진=뉴스1
건축주 대신 지자체가 감리 선정…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도
공공공사 외에도 민간공사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으로, 감리가 독립된 위치에서 제대로 감독할 수 있도록 감리제도를 재설계한다. 감리가 건축주와 설계사에게 예속되지 않도록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현행 주택에서 다중이용 건축물(5000㎡ 이상 문화·집회·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 등)로 확대한다. 선정 방식도 단순 명부 방식에서 적격심사를 통한 객관적 방식으로 개선한다.

실력과 전문성이 우수한 감리를 '국가인증 감리자'로 선정해 고층·대형 공사 등 책임감리로 우대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보유하고 감리 업무만 전담하는 전문법인을 도입하는 등 감리의 전문성도 키운다.

부실 설계 방지를 위해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는 구조도면은 구조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조기술사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한다. 공공공사에 적용 중인 건설사의 설계검토 의무를 민간공사까지 확대하고, 시공 중 기초와 주요부 등 설계 변경 시 구조전문가 검토를 거치도록 한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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