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가 "코인 안다"고 답한 한국, 웹3는 글쎄[비트코인 A to Z]

2023. 12. 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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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짧은 역사 동안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지난 9월 개최된 KBW 2023(Korea Blockchain Week 2023)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행사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하였으며, 그중 외국인 비율이 42%를 차지했다.

가상자산 산업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웹3 기업들이 탄생하였으며 카카오, 네이버 등 전통적인 웹2 대기업들이 진출한 이력도 찾아볼 수 있다. 웹3 산업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와 동일하게 혹은 더욱 높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웹3를 이끌어가는 실제 참여자들, 즉 웹3 유저 측면에서의 노력이다. 맛집 거리에 사람이 없다면 그 의미가 퇴색되듯, 국내 웹3 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논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용자가 웹3를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유명 블록체인 기업 컨센시스(Consensys)와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웹3는 국내에서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체이널리시스가 공개한 ‘글로벌 암호화폐 어돕션 지수(Global Crypto Adoption Index)’에 따르면 얼마 전 본격적으로 웹3 산업에 뛰어든 일본이 18위인데 반해 한국은 27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레이딩에 치중된 사용 사례

한국이 전 세계 블록체인 산업에서 주요한 위치에 오른 데에는 다양한 요소가 기여했지만, 그중에서도 국내 대표 거래소 업비트(Upbit)의 존재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한때 전 세계 2위의 거래 규모를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았으며, 앱토스(Aptos), 수이(Sui), 세이(Sei) 등 신규 상장되는 코인에 대해서는 내러티브(narrative)가 빠르게 확산되며 높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상자산 인지도는 상당히 높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95%가 가상자산에 대해 들어봤다고 응답하였으며, 이 중 63%가 가상자산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록 한국이 가상자산, 흔히 코인에 대해서는 친숙하지만 정작 웹3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에서 오직 16%만이 웹3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쳐 접근성이 낮은 메타버스와 NFT는 동일한 질문에서 각각 49%와 36%를 기록하며 비교적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 

웹3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오픈소스(open source), 데이터 주권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구축한 오늘날의 가상자산 산업을 지칭한다. 단순한 코인 투자를 넘어 웹3는 기술적 혁신을 통한 개인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확보, 가상자산 기반의 투명한 거래,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인터넷 경험 제공 등 현재 시스템의 본질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가령 사용자가 온체인(on-chain) 환경에서 하나의 특정한 주체에 의해 컨트롤되지 않는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하 디앱)을 사용하는 행위를 웹3의 일부라 볼 수 있다.
 



코인에 대한 높은 이해도, 웹3에 대한 낮은 친숙도, 그리고 막대한 규모의 거래소 존재를 모두 고려하였을 때, 현재까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많은 이들에게 높은 변동성을 활용해 단기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회의 장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지목한 투자 목적으로 장기적 이익과 실질적인 생태계 참여를 제치고 단기적인 이익이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투심을 기반으로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비교적 안전자산이라 평가받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보다는 이외의 알트코인(Altcoin)에 투자가 몰려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아래 도표를 살펴보면 미국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코인베이스(Coinbase)의 경우 비트코인이 42%, 이더리움이 32.7%, 그리고 그 외 알트코인이 25.3%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이 9.5%, 이더리움이 15%, 그리고 나머지 알트코인이 75.5%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였다.



위 사진은 체이널리시스의 글로벌 크립토 어돕션 인덱스를 나타내는 지도로, 색깔이 짙을수록 해당 국가에서 1인당 구매력(PPP, Purchasing Power Parity per capita) 대비 가상자산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지수는 총 5개의 하위 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되며, 각 하위 지수는 다음과 같다.

•    PPP 대비 중앙화 거래소에서 수령한 온체인 가상자산 가치
•    PPP 대비 중앙화 거래소에서 수령한 온체인 리테일* 가치
*리테일이란 $10,000 이하의 가상자산 거래를 의미
•    PPP 대비 개인 간 온체인 거래 금액
•    PPP 대비 탈중앙화 금융(이하 디파이)에서 수령한 온체인 가상자산 가치
•    PPP 대비 디파이에서 수령한 온체인 리테일 가치

해당 지수에서는 인도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로 나이지리아, 베트남, 미국, 우크라이나 등이 위치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제일 높은 지수 성장률을 보인 국가들이 대부분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중하위권에 속한 국가라는 것이다. 해당 국가들은 선진국 대비 은행 시스템이 온전히 갖추어져 있지 않고 자국 법정화폐 가치 방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당 국가들에서 자국 법정화폐에 비해 가상자산이 신뢰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불완전한 금융 시스템으로 인해서 가상자산의 접근과 웹3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정부가 웹3 주도

반면, 한국 및 한국과 비슷한 GNI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은 비교적 완성된 금융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의 채택률과 웹3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 않음을 위 조사 결과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한국이 대규모 거래소의 존재, 높은 유행 민감도 등의 고유한 특징으로 블록체인 산업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주요한 국가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웹3 활동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이다.

국가 주도의 웹3 산업 육성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본, 그리고 비슷한 GNI를 기록하고 있는 영국과 캐나다에 비교해서도 가상자산 채택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지리적 및 경제적 특성을 떠나 한국이 웹3 산업 부흥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시사한다. 우선적으로, 중앙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 활동에 집중된 국내 가상자산 참여자들을 온체인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의미한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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