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세기 만에 사람 태우고…2024년 유례없는 달 탐사 경쟁
중, 인류 최초 달 뒷면서 표본 채취-회수 추진
일, ‘정밀착지’ 기술로 다섯번째 달 착륙국 도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주요국이 우주 공간의 지정학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우주 탐사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도 달 궤도선 다누리호를 보낸 데 이어 독자적으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탐사국 대열에 합류했다.
2024년에도 많은 우주 탐사 일정이 잡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우주기술 선진국들의 달 탐사 경쟁이다. 미국에서 민간 기업들이 잇따라 민간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중국도 3년여만에 달 탐사를 재개하는 등 유례 없는 달 탐사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은 달 착륙국에 재도전한다.
우선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이 내년 1월에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새해 1월12일 발사되는 미국의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첫번째 무인 달 착륙선 노바-시(Nova-C)가 유력 후보다. 노바-시는 5개의 미 항공우주국(나사) 장비와 4개의 민간 탑재체를 싣고 달을 향해 출발한다. 착륙 예정지는 달 남극 인근 말라퍼트 에이(Malapert A) 충돌구다. 예정대로 발사 7일 후인 19일 착륙에 성공하면 노바-시는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이 된다. 이후 노바-시는 달의 낮에 해당하는 2주일 동안 탐사 활동을 한다.
이 착륙선은 미 항공우주국의 새로운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를 지원하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하나로 선정된 우주선이다. 나사는 이 프로그램 참여 업체로 14개의 민간 달 착륙선 업체를 선정해 26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1월 중 최초 민간 달 착륙선 탄생하나
또 하나의 잠재적 1호 후보가 있다. 미국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의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다.
페레그린은 보잉과 록히드마틴 합작사인 유엘에이(ULA)의 새로운 우주로켓 벌컨 센타우르에 실려 발사된다. 애초 오는 24일 발사 예정이었으나, 유엘에이의 토리 브루노 최고경영자는 11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발사일이 내년 1월8일로 늦춰졌다고 밝혔다. 페레그린은 발사 30여일 후 달 앞면 북쪽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Sinus Viscositatis) 지역에 착륙한다. 이 역시 나사 민간 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다.
미국에선 나사의 민간 지원 프로그램에 따른 민간 달 착륙선 발사가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진척 상황이 가장 빠른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내년에 모두 세차례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노바-시 1호 발사 이후 몇달 간격으로 2호와 3호도 발사할 계획이다.
2호는 달 남극 인근의 섀클턴 충돌구 언저리를 착륙 예정지로 잡았다. 두번째 임무에선 달의 물이 어딨는지 탐지하고 분포도를 작성할 궤도선 발사도 포함돼 있다. 내년 말엔 달 앞면 적도 부근에 있는 소용돌이 무늬 지형의 ‘라이너 감마’(Reiner Gamma) 지역에 노바-시 3호를 보낸다.
한국이 개발한 장비, 달 착륙선에 탑재
노바-시 3호엔 한국천문연구원과 경희대 연구진이 공동개발한 달 표면 우주환경 모니터(루셈)이 탑재된다. 심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를 검출하는 센서가 달린 이 장비는 쎄트렉아이가 제작했다. 성공 땐 달 표면에 당도한 한국 최초의 장비가 된다. 루셈은 한국이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한 후 추진한 첫번째 협력 프로젝트다.
애스트로보틱도 내년 11월 두번째 달 착륙선 그리핀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핀의 임무는 달 남극 지역에 나사의 로봇 탐사차 바이퍼(VIPER)를 착륙시키는 것이다. 골프 카트 크기의 바이퍼는 100일 동안 노빌레 충돌구 지역에서 드릴과 분광계를 이용해 달 표면의 물얼음과 휘발성 물질을 탐사한다. 예상 이동 거리는 16~24km다.
또 다른 미국 우주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의 달 착륙선도 2024년 하반기 발사가 예정돼 있다. 10개의 나사 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탑재체가 실린다. 이 역시 나사 민간 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다. 블루 고스트란 이름의 착륙선은 달 앞면 북동부 ‘마레 크리시움’(위난의 바다)에서 달 토양과 지형을 분석하는 것이 임무다. 미래의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를 위한 달 표토 수집과 달 먼지 저감 기술도 시연한다.
중, 3년 반만에 달 탐사 재개
중국도 다시 달 탐사에 나선다. 내년 5월께 창어 6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2020년 12월 달 표본을 갖고 돌아온 창어 5호 이후 3년 반만이다.
창어 6호의 임무는 달 뒷면 표본 2kg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다. 표본 채취 장소는 달 남극 에잇킨 분지 내의 아폴로 충돌구 인근 현무암 평원이다. 성공하면 사상 최초의 달 뒷면 토양 회수가 된다. 창어 6호 발사에 앞서 통신 중계를 맡을 달 궤도선 차췌오 2호를 먼저 보낸다.
창어 6호의 임무 기간은 53일로 창어5호의 22일보다 두배 이상 길다. 지구와의 통신이 어려운 달 뒷면이라서 그만큼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창어 6호엔 프랑스, 스웨덴의 달 탐사 장비와 파키스탄의 큐브샛도 탑재된다.
일, 1월20일 달 착륙 시도
일본은 다섯번째 달 착륙국가에 도전한다.
우선 지난해 9월 지구를 출발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의 소형 달 착륙선 슬림(SLIM)이 1월20일 달 착륙을 시도한다. 이에 앞서 슬림은 크리스마스날인 오는 25일 달 궤도에 진입한 뒤 약 한 달 동안 착륙 준비를 한다. 1월 20일 0시부터 하강을 시작하면 20분 뒤 달 표면에 당도한다. 착륙에 성공하면 일본은 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다섯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된다.
슬림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착륙 예정 지점에서 100m 이내에 착륙하는 정밀착륙 기술을 검증하는 것이다. 슬림에는 사진 촬영 및 통신을 위한 두개의 작은 탑재체도 실려 있다.
내년 하반기엔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두번째 달 착륙선 하쿠토-알 2호를 보낸다. 하쿠토-알 1호는 올해 4월 하강 도중 추락했다. 그 바람에 일본은 지난 8월 달 착륙에 성공한 인도에 네번째 달 착륙국가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호 임무의 주요 목표는 달의 극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소형 탐사차를 달 표면에 내려놓는 것이다. 나사는 이 탐사차가 수집하는 달 토양을 구매하기로 했다.
아르테미스 2호, 11월 달 궤도 유인 왕복여행
내년 달 탐사에서 최대 관심사는 11월로 예정된 나사의 아르테미스 2호다. 아르테미스 1호의 무인 달 궤도 왕복여행 이후 2년만이다. 아르테미스 2호의 임무는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 궤도를 왕복하는 것이다. 여성 1명을 포함한 4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다. 우주비행사가 다시 달 궤도까지 가는 것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만이다.
이들은 아르테미스 1호 때와 마찬가지로 로켓 에스엘에스(SLS)와 우주선 오리온으로 구성된 아르테미스 2호를 타고 10일간 달 궤도 왕복여행을 한다. 달 왕복비행 중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확인하고 인간이 심우주에서 활동하는 필요한 기능과 기술을 검증하는것이 이들의 임무다.
나사는 이어 이르면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를 띄워 2명의 우주비행사를 달 남극 지역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미 회계감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달 착륙선인 스타십, 차세대 우주복 개발 진척 상황으로 보아 아르테미스 3호 발사는 2027년 이전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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