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들어온 대기업, 정신과 상담 끝에 결국 퇴사합니다” [투자360]

2023. 12. 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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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뮤니티에 퇴사 사연글 화제
회사생활 어려움에 정신과 상담도
직장인 15% “폭행·폭언 경험”
괴롭힘 경헙 직장인 11% “극단적 선택 고민”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 11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퇴사 관련한 사연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대기업 퇴사합니다”며 “힘들게 들어온 회사를 너무 다니고 싶지만 이러한 이유로 퇴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람이 퇴사 이유로 밝힌 내용은 크게 11가지 정도다.

▷파일, 볼펜 같은 걸로 찌르면서 혼내는 행위 ▷또라x, 지x, 시x 같은 욕설 ▷살고 있는 사원아파트 방문을 갑자기 열어서 확인. 다행히 문을 잡궈놔서 다행. 그 이후로도 문 열리는 거 같으면 긴장 ▷업무를 가르쳐주지 않고 안했냐고 질문 ▷‘애가 이상하다, 못한다, 농후하다, 냄새난다’ 등 선배들에게 보고하며 왕따가 되어감 ▷커피, 술 못 먹는다니까 신경도 안 쓰고 먹임 ▷여자친구 차번호 외우면서 왔다갔냐며 물어봄 ▷다른 곳 원서 썼냐고 물어봄. 안 썼다니까 왜 안썼냐고 물어봄 ▷‘곧 없을 수도 있는 애다’, ‘자르지 말고 다른 애 뽑자’는 말을 대놓고 함 ▷술 취해 비틀거리니 멱살 잡으면서 힘드냐고 물으며 우리도 술 먹기 싫은데 먹는거라고 왜 액션까냐고 말함 ▷시험 치고 근로계약까지 했는데 ‘넌 아직 우리 회사 직원 아니다’는 말이 이해 가지 않음 등이다.

이 사람은 “처음하는 행사에 업무를 못할거 같아 질문하니까 ‘그거 안하면 죽어요?’라고 답하고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가만히 있어요’라고 하는 상사에게 무엇을 질문할 수 있을지”라며 “(회사) 다니는 동안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 이러한 회사 문화를 못 버티겠고 자살하고 싶지 않아 자진퇴사를 한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개인 기억으로 작성했기에 조금의 변질은 있을 수 있지만 녹음된 파일이 있고 팩트가 대부분”이라며 “제 능력도 많이 부족했다. 업무도 못 따라가고 기억도 잘 못했고.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랬기에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한편, 직장갑질119가 지난 9월 4∼11일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53명(15.3%)이 폭행·폭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폭언·폭행을 비롯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모두 359명이었다.

괴롭힘의 유형으로는 24.0%가 '모욕·명예훼손', 20.2%가 '부당한 업무 지시'를 꼽았다. '폭행·폭언'의 비율은 이보다 낮았으나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이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지적했다. 단체가 지난 1∼11월 접수한 폭행·폭언 이메일 제보 516건 중 직접적인 물리력이 행사된 폭행 피해 사례는 65건으로, '일터에서 맞았다'는 상담이 월평균 6건씩 들어왔다.

폭행을 당하고도 이를 문제 삼지 못하는 경우나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보복 등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단체는 "신체에 직접적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몸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때릴 듯 손발을 휘두르고 물건을 던지는 행위, 고의로 담배 연기를 상대방에게 뿜거나 침을 뱉는 행위도 폭행으로 볼 수 있다"며 "일터에서 폭행 피해를 봤을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사용자가 가해자일 때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진정서와 고소장을 모두 접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 제8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폭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폭행 시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한 형법상 폭행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직장갑질119 김하나 변호사는 "폭행에 의한 괴롭힘 제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해져 폭행을 용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가 폭행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근로기준법 8조 위반 사건이 있는지를 조사해 엄중하고 강력하게 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 4∼11일 전국의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한 결과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359명 중 39명(10.9%)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또 지난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들어온 상담 이메일 1592건 중 53건은 자살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고 직장갑질119가 밝혔다.

제보자 본인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거나 시도했다는 메일이 48건이고 직장 동료의 자살 사건을 인지하거나 목격한 경우가 4건, 자살 근로자의 유가족이 제보한 메일이 1건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7.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비슷한 직급 동료' 22.3% , '대표나 임원, 경영진 등 사용자' 19.2%가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를 접수한 회사 3곳 중 2곳은 사실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했다는 직장인 56건 중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나 조치 의무를 제대로 지켰다고 답한 비율은 32.1%에 그쳤다.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는 답변율은 26.8%였다.

직장갑질119 최승현 노무사는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되거나 사업주가 괴롭힘 당사자인 경우 조사나 조치 의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 등 다양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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