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서울의 봄’ 저절로 오지 않아···역사 퇴행 막겠다”

신주영 기자 2023. 12. 1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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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1979년 전두환 신군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후 권력을 찬탈한 12·12 군사반란 44주년을 맞아 “‘서울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았다”며 “역사의 퇴행을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영화 <서울의 봄> 흥행에 기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는 순풍에 돛을 단 유람선처럼 오지 않았다”며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는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수많은 주권자의 피를 먹으며 자라났다”고 적었다. 그는 12·12 군사반란에 대해 “44년 전 오늘, 독재의 군홧발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짓밟았다”며 “나라를 지켜야 할 총칼로 국민에게 부여된 권력을 찬탈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잊지 않겠다. ‘서울의 봄’이 저절로 오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사적 욕망의 권력 카르텔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비극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또 “절망적인 후퇴를 반복하는 것 같아도 역사는 늘 전진한다”며 “결국 민주주의를 쟁취해 낸 국민의 발자취 앞에서, 군사 반란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참된 군인들의 영령 앞에서, 역사의 퇴행을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키겠노라 다짐한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12·12 군사반란을 “한 줌도 안 되는 정치군인들이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권력을 찬탈한 불행한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4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군사반란이 남긴 상처와 아픔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은 역사가 잠시 후퇴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앞으로 간다는 믿음으로 민주주의와 역사의 퇴행을 막는 데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의 봄> 관객수 700만명 돌파 소식을 언급하며 “많은 분들이 영화를 통해 국민이 독재 권력과 싸우면서 지켜온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서울의 봄> 인기를 정부·여당 공격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군부독재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의 검찰독재도 모습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정청래 최고위원)이라며 신군부를 현 정부에 치환해 비판하는 것이다. 특히 MZ세대가 영화를 본 뒤 민주화 이전 역사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공부하는 현상에 주목해 ‘민주주의를 지킨 민주당’의 면모를 호소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은 12·12 군사반란 44주년이고 국민적 관심이 커진 만큼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이 이 같은 메시지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12일)은 12월12일이고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 국민이 이렇게 이례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정치권이 거기에 대해서 평가하고 언급하고 거기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 대 반민주’ 대결은 낡은 프레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 정당이라는 이제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 이미지에 기대어 상당한 고정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권력 획득을 위해 적폐, 친일, 독재와 같은 구호와 혐오 유발을 주된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이) 오직 권력 획득을 위해 저급한 선동의 방식으로 군중심리를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당의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며 “사회 통합의 범위를 넓혀나가는 방향으로, 공감의 범위를 넓혀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공화국 형성에 기여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최근 민주당의 반독재 전략에 대해 “젊은 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도 “낡은 틀로 접근하게 되면 역풍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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