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포터는 경유 포터를 대체할 수 있을까 [분석+]
1톤 경유 트럭 시장서 퇴출
현대차ㆍ기아 LPG 트럭 출시
여러 면에서 경유 트럭 능가
친환경차 전환 교두보 될까
포터와 봉고는 1톤(t) 경유 트럭의 대명사다. 두 모델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두 모델의 생산이 멈춰 섰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내년부터는 택배용 화물차 시장에서 신규 등록을 못 하게 됐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기존 경유 모델의 대안으로 LPG 모델을 내놨다. 과연 LPG 모델은 경유 모델을 대체할 수 있을까.
내년 1월 1일부터 경유차는 특정 용도로 사용할 경우 신규 등록이 제한된다.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기관리권역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앞으로 대기관리권역(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판단된 지역)에서는 경유차를 렌터카 용도, 어린이 통학버스, 택배용 화물차로 신규 등록할 수 없다.
[※참고: 1톤(t) 경유 트럭의 경우, 무조건 신규 등록이 금지되는 게 아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규정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해 화물차를 사용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 중에서도 화물을 집화 분류ㆍ배송하는 형태의 운송사업에 사용되는 자동차에만 해당된다. 그래서 '택배용 화물차'가 그 대상이다.]
이 용도로 자동차를 사용하려면 경유차가 아닌 다른 연료를 쓰는 자동차로 신규 등록해야 한다. 2019년 신설한 대기관리권역법의 취지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대기 환경을 개선하는 거다. 2022년 정부가 시행령을 완성하면서 올해 4월 실시할 예정이었다. 다만,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내년 1월로 시행일을 연기했다.
이 법의 시행으로 눈길이 쏠리는 건 택배용 화물차다. 사실 렌터카는 전기차ㆍ하이브리드차ㆍLPG차 등 이미 다양한 대안과 옵션이 있다. 어린이 통학버스도 옵션이 적지 않다. 하지만 택배용 화물차는 그렇지 않다. 대체 차종이 많지 않다.
1t 트럭이 전부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택배용 화물차 시장을 양분해온 건 현대차의 포터와 기아의 봉고 경유 모델이다. 올해 1~10월 포터와 봉고 경유 모델의 누적 판매량은 각각 8만2367대와 5만3249대였는데, 전체 판매량의 각각 70.9%와 73.2%에 달했다.
물론 나머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전기차 판매 비중(20%대)이 낮은 건 아니지만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이 불편해 경유차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 단적인 예로 포터 전기모델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21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택배용 화물차 경유 모델의 대안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LPG 트럭'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제조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11월 말을 기점으로 포터ㆍ봉고 경유 모델의 생산을 종료하고, 포터ㆍ봉고 LPG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LPG 모델들이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건 아니다. 1996년 현대차는 포터 LPG 모델을 출시했지만 판매량이 예상보다 저조해 2003년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차로선 화물차 LPG 모델을 단종한 지 딱 20년 만에 재생산하는 셈이다. 관건은 포터ㆍ봉고 LPG 모델이 경유 모델을 얼마만큼 대체할 수 있느냐다.
LPG 트럭에 내려진 특명
일단 스펙은 나쁘지 않다. 배기량이 같은 2023년식 포터2(2.5 디젤 슈퍼캡)와 2024년식 포터2(2.5 LPG 슈퍼캡)의 제원을 비교해보면 그렇다. 경유 모델의 최고출력은 135hp(마력), 최대토크는 30㎏ㆍm, 연비는 리터(L)당 8.8~9.5㎞다. LPG 모델의 최고출력은 159hp, 최대토크는 30㎏ㆍm, 연비는 L당 6.5~7㎞다.
LPG 모델의 연비가 조금 낮게 나타나지만, 경유 가격의 60%대(12월 1일 평균 판매가격 기준)에 불과한 LPG 가격을 감안하면 실질 연비는 LPG 모델이 더 높은 셈이다. 여기에 최고출력까지 LPG 모델이 높다.
더 중요한 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경유 모델은 ㎞당 204~221g인 반면, LPG 모델은 ㎞당 188~205g이다. 봉고 경유 모델과 LPG 모델을 비교해도 이런 스펙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쉬운 점은 가격이 좀 더 올랐다는 점이다. 기존 경유 모델 대비 LPG 모델의 가격이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700만원까지 비싸다. 하지만 이 역시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노후한 경유 모델을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하는 경우, 최대 9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서다.
현대차ㆍ기아 측이 "포터ㆍ봉고 LPG 모델은 대기오염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경유차보다 현저히 적게 배출하면서도 성능은 경유차보다 좋고, 연료비도 저렴하다"면서 LPG 모델의 경유 모델 대체를 자신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현대차ㆍ기아가 LPG 모델에 오토 브레이크와 홀드 기능, 공회전제한장치 등을 빼놓은 건 보완할 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 이제 LPG 트럭은 과거처럼 '안 되면 말고' 식으로 후퇴할 길이 없다. 당장 경유 트럭을 대체해야 한다는 특명에 따라 시장에 재출시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자동차 산업은 미래의 무공해차로 가는 과정에 서있다. 그 징검다리 역할을 LPG 트럭은 해낼 수 있을까.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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