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도 6억 달러 베팅" 그런데 오타니에 이용 당했다? 음모론까지 제기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이다. FA 시장에 등장한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9)의 선택은 LA 다저스였다.
오타니의 계약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바로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이었다. 오타니가 다저스와 합의한 계약 규모는 무려 계약 기간 10년에 총액 7억 달러(약 9214억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따라왔다.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가 바뀌는 계약이었다. 앞서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의 계약은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 맺었던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614억원). 물론 오타니가 FA 시장에 나오기 전부터 '5억 달러 계약설'이 힘을 얻었으나 6억 달러를 넘어 7억 달러라는 '잭팟'을 터뜨릴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오타니의 몸값이 수직 상승한 것은 역시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다저스를 위협했던 팀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토론토가 오타니 영입전의 '다크호스'를 넘어 '최종 후보'로 급부상하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말았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지난 8일 "오타니의 결정이 임박했다. 유력 행선지롤 토론토가 급부상했다"라고 전하면서 마치 오타니가 토론토로 갈 것처럼 이야기했고 이는 팬들 사이에서도 급속도로 퍼지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팬들이 오타니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항공편을 추적했고 급기야 "오타니가 토론토로 향하는 전세기를 탔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토론토에 가지 않았고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결국 모로시는 "오타니가 토론토로 출발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보도를 올렸다"라면서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사과를 드린다. 실망을 안겨 정말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까지 해야 했다.
단순한 해프닝이라기엔 너무 '규모'가 커서 였을까. 오타니를 둘러싼 해프닝을 두고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오타니 측이 몸값을 올리기 위한 '계략'을 폈다는 것이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12일 "토론토가 오타니에게 다저스와 맞먹는 6억 달러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다"라고 밝히면서 "오타니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어쩌면 오타니가 다저스를 선택할 생각이면서도 토론토를 이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라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즐거운 비행기 추적으로 시작된 주말은 오타니가 토론토를 선택하기를 바라는 많은 토론토 팬들에게 끝내 좌절과 음모론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는 '스포츠넷'은 "토론토 팬들의 고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저스가 10년에 걸쳐 7억 달러라는 기록적이면서 놀라운 계약을 제시했고 이를 선택한 오타니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다저스는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팜 시스템도 풍족한 팀이다"라고 오타니가 다저스를 선택한 것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오타니 영입전에서 아깝게 탈락한 토론토는 오타니에게 얼마를 제시했던 것일까. '스포츠넷'은 "토론토가 오타니 영입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는 오타니 본인만 진정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토론토가 제시한 최고액은 다저스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고 한다"라면서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6억 달러를 웃도는 오퍼를 제시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토론토도 최선을 다했지만 다저스의 '머니 파워'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오타니가 몸값을 올리기 위해 토론토를 이용했다'는 음모론을 내놓는다. '스포츠넷'도 "오타니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어쩌면 오타니가 다저스를 선택할 생각이면서 토론토를 이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오타니가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있는 토론토 스프링 트레이닝 시설을 방문한 것은 진정한 관심의 산물이었을까, 아니면 다저스에서 더 많은 돈을 끌어내기 위한 계략이었을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또한 '스포츠넷'은 오타니의 토론토행과 관련한 해프닝에 대해서도 "전세기 운항에 대해 떠들썩하게 만들어 다저스 구단이 더 높은 금액을 제안하도록 겁을 줬을 것"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타니가 진짜 토론토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저스가 기존 예상보다 많은 7억 달러를 제시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오타니가 다저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토론토를 이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승자는 오타니와 그의 에이전트였다. '스포츠넷'도 "오타니와 에이전트는 토론토를 둘러싼 소문으로부터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비록 토론토는 오타니를 품에 안지 못했지만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스포츠넷'도 "다른 에이전트들도 토론토의 공격적인 모습에 주목했고 이번 오프시즌에 토론토와의 협상에서 이런 점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FA를 넘어 보 비셋과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에이전트도 연장 계약 협상에 앞서 이런 점을 주목할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그동안 오타니에 '올인'했던 토론토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토론토는 이번 오프시즌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팀에서 6명의 선수가 FA로 풀렸고 아직 물음표인 3루수와 좌익수는 이렇다할 보강은 없었다"는 '스포츠넷'은 "역사적인 재능을 지니고 전성기에 도달한 오타니를 영입하는 것은 토론토에게는 마치 쿠데타와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가 다저스를 선택한 이상 토론토 프런트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고 궁금증을 나타냈다.
오타니가 이처럼 초특급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배경에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투타 겸업을 하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마치 선수 2명을 1명으로 합친 것 같다.
오타니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투타 겸업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2018년 에인절스에 입단하며 마침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부터 타자로 타율 .285 22홈런 61타점 10도루, 투수로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거머쥔 오타니는 2021년 타자로 타율 .257 46홈런 100타점 26도루를, 투수로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동시에 기록하면서 '오타니 신드롬'을 일으켰고 생애 첫 아메리칸리그 MVP까지 수상하며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지난 해에도 타자로 타율 .273 34홈런 95타점 11도루를, 투수로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오타니는 올 시즌 타자로 타율 .304 44홈런 95타점 20도루, 투수로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로 맹활약하며 다시 한번 아메리칸리그 MVP를 거머쥘 수 있었다. 생애 첫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등극한 오타니는 이제 다저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를 지배하려 한다.
비록 오타니는 시즌 막판에 찾아온 부상 여파로 팔꿈치 수술을 받아 당장 내년에는 마운드에 오르기 어렵지만 2025시즌에는 '투타 겸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저스가 7억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마침 다저스는 내년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 시리즈를 치른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다. 오타니의 출전이 유력한 가운데 과연 서울에서 다저스 데뷔전을 치르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여기에 샌디에이고에는 김하성이 소속돼 있어 벌써부터 국내 야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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