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녀’ 둔 엄마들, 우울·탈모 시달렸다…“화와 짜증, 매일 지옥”

학술지 ‘교육문화연구’ 논문
고3 수험생 어머니 심층조사
‘자녀 대입이 부모 성공’ 압박
스트레스로 신체적 고통 극심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 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24학년도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뿐 아니라 수험생의 어머니도 극심한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며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학계에 따르면 남경미 청소년정신건강연구소 연구원 등은 최근 학술지 교육문화연구에 게재한 논문 ‘고3 수험생 어머니의 자녀 대학입시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에서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저자는 지난해 2023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른 고3 수험생 어머니 10명을 약 7주간 심층 면접해 자녀가 고3이 되면서부터 원서 접수, 수능 전후, 최종 대입 결과 발표 후까지 입시 단계에 따른 이들의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연구 참여자들의 정서적 불안 강도는 자녀가 고3이 되면서부터 높아지는데, 수능 후부터 최초 대입 결과 발표 때까지 지속됐다. 이는 최초 합격자 발표 후 추가 합격자 발표 때까지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최초 불합격 후 추가 합격자 발표 때까지 기다리는 순간순간이 거의 지옥이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어머니는 “아이에게 참을 수 없는 화와 짜증이 일어나 폭언·폭력을 행사했다”고 고백했다.

연구 참여자들 상당수는 자녀의 대입 준비 과정에서 두통, 소화불량, 눈 건조증, 탈모, 이명현상 등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증상을 겪었다.

이들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저자는 연구 참여자들이 ‘자녀의 대입 결과가 곧 어머니의 성공’이라는 사회적 평가로 인한 불안감과 압박감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남편과 시어머니는 본인들이 기대한 대학과 전공에 (아이가) 못 가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이 나한테 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해서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말해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험생 어머니가 겪고 있는 정서적·신체적 고통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이들은 ‘상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며 “수험생 어머니에 대한 전문적 상담 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녀의 대학 진학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어머니한테 돌리는 인식이 상당히 지배적”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치뤄진 202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50만4588명이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