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대패'→또다시 김민재 향한 혹평 세례...뮌헨 레전드 "스피드+경합 좋은데 스스로 위축됐어"
[포포투=오종헌]
과거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었던 토마스 헬머는 김민재에게 혹평을 내렸다.
독일 'SPOX'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뮌헨이 프랑크푸르트에 1-5로 대패한 뒤 헬머는 수비진, 특히 김민재를 비난하며 책임을 물었다"고 보도했다.
헬머는 "뮌헨 수비진 개개인은 기량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팀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김민재에 대해 "믿을 수 없이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고, 몇 차례 경합 상황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위축되도록 내버려뒀다. 프랑크푸르트 선수들이 김민재를 공략하기 시작하자 공을 잃어 버렸다"고 비난했다.
김민재는 올여름 뮌헨에 입단했다. 2021-22시즌을 앞두고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첫 발을 들인 그는 빠르게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한 시즌 만에 나폴리로 이적하며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나폴리는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를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랜 기간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급 센터백으로 군림한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빅리그 경험이 없는 김민재가 합류하자 의심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시즌 초반부터 나폴리의 주전 센터백으로 뛰며 수비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김민재가 후방에서 든든하게 버텨준 나폴리는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세리에A 사무국은 데뷔 시즌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김민재에게 베스트 수비수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김민재의 가치는 폭등했다. 나폴리에서도 입단 1년 만에 많은 팀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 단계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뮌헨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뮌헨은 올여름 뤼카 에르난데스, 벵자맹 파바르가 이적 의사를 내비치며 수비 보강에 나섰다.
이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김민재가 6월에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 상황 속에서도 협상은 계속됐다. 수료식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메디컬테스트 완료 소식과 함께 뮌헨이 나폴리 측에 바이아웃 5,000만 유로(약 709억 원)를 지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국 공식 발표가 나왔다. 김민재의 계약 기간은 2028년 6월까지이며,등번호는 3번을 받았다. 당시 김민재는 "뮌헨은 모든 선수들의 드림클럽이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것들이 기대된다. 구단과 대화를 나누면서 얼마나 나를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게 결정적인 이유다. 첫 번째 목표는 많은 경기에 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최대한 많은 우승컵을 차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프리시즌 기간 컨디션을 끌어올린 김민재는 RB라이프치히와의 독일 슈퍼컵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처음에는 선발이 아닌 교체로 투입됐다. 이어 베르더 브레멘과의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첫 선발 출전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DFB포칼까지 모든 대회를 통틀어 19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코펜하겐과의 UCL 조별리그 5차전을 제외하고 꾸준히 출전 중이다.
이렇게 휴식 없이 뛰게 된 이유는 구단이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뮌헨은 올여름 김민재를 제외하면 중앙 수비에 특별한 영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군 센터백 자원은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마타이스 더 리흐트까지 사실상 3명뿐이었다. 타렉 부흐만이라는 어린 유망주가 있지만 아직은 성장이 필요한 선수다.
3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고 있다. 더 리흐트는 프리시즌 기간부터 부상 회복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개막 후 복귀했지만 이내 부상으로 다시 전력에서 이탈했고, 내년에나 돌아올 예정이다. 더 리흐트가 돌아오면서 숨을 돌리는 듯했던 그 시기에 우파메카노가 잠시 빠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민재는 뮌헨에서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뛰고 있으면서 A매치 일정도 소화하고 있다. 이에 혹사를 우려하는 시선이 발생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못 뛰어서 힘든 것보다는 차라리 많이 뛰어서 힘든 게 낫다"고 밝혔다. 독일 현지에서도 김민재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독일 '스포르트1'은 지난달 중순 "김민재는 올 시즌 뮌헨의 리그 경기 총 990분 중에서 959분을 뛰었다.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더 리흐트, 우파메카노의 부상이 반복되면서 건강한 선수는 김민재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매체는 "김민재는 A매치 기간에도 쉬지 못한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싱가포르전을 치른 뒤 다시 2,000km 떨어진 중국 원정을 떠나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전을 마치고 80시간이 되지 않아 쾰른을 상대해야 한다. 비행 거리를 다 합치면 20,000km 정도다"고 덧붙였다.
강행군 속에서 매번 완벽한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었다. 물론 찬사를 받은 적도 있다. 글로벌 매체 'ESPN'은 10월 중순 16살부터 36살까지 각 나이별로 최고의 선수들을 선정했다. 이 매체는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로 나타낸 'CPM'이라는 지표를 기반으로 이를 정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김민재가 소환됐다. 26살 최고의 축구선수로 김민재가 꼽혔다. 프렝키 더 용(바르셀로나), 니콜로 바렐라(인터밀란) 등 굵직한 선수들을 제쳤다.
'ESPN'은 "김민재는 이제 유럽 5대 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나폴리의 반짝했던 지난 시즌, 그리고 빅터 오시멘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같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는 것 때문에 김민재를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향후 5년 내 세계 최고 센터백이 될 가능성에 표를 던졌다"며 김민재를 1위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김민재는 9월 말 독일의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당시 마테우스는 "김민재는 아직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에는 미치지 못했다. 뮌헨 수비의 불안 요소로 남을 수도 있다. 그는 하루빨리 분데스리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김민재를 영입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부응하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A매치 휴식기 직전에도 비판을 받았다. 김민재는 하이덴하임과 분데스리가 11라운드에서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후반 25분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민재의 패스가 빼앗기며 역습이 이어졌다. 그리고 김민재는 실수를 막기 위해 장-니클라스 베스테의 슈팅 상황에서 태클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공이 굴절되면서 노이어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궤적으로 득점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해당 경기는 뮌헨의 4-2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독일 현지 매체들은 휴식 없이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100%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 김민재에게 낮은 평점을 매기며 혹평했다.
하지만 뮌헨의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은 김민재를 옹호했다. 그는 "우리 모두 김민재가 매 경기 풀타임을 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러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며 김민재를 옹호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 역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민재를 포함한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이제 김민재와 데이비스는 A매치 기간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막 돌아왔다. 정말 안타까운 일정이다.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를 넘어섰을 수도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최근 프랑크푸르트전에서 뮌헨이 리그 첫 번째 패배이자 1-5 대패를 당하자 김민재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 뮌헨은 지난 9일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4라운드 프랑크푸르트 원정 경기를 치렀다.
뮌헨은 해당 경기 전 깜짝 휴식을 얻었다. 당초 2일에 우니온 베를린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폭설로 연기됐다. 오히려 김민재를 포함한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예상이 뒤를 이었다. 뮌헨은 해리 케인, 르로이 사네, 조슈아 키미히,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우파메카노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뮌헨은 프랑크푸르트에 선제 실점을 내줬다. 경기 시작부터 뮌헨을 압박하던 프랑크푸르트는 전반 12분 만에 오마르 마르무쉬가 오른발 슈팅으로 리드를 잡았다.
리드를 허용한 뮌헨이 반격에 나섰다. 전반 18분 코망이 드리블 돌파 후, 과감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위로 벗어났다. 뮌헨이 계속해서 압박했다. 전반 22분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데이비스의 크로스를 받은 고레츠카가 헤더 슛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오히려 프랑크푸르트가 추가골을 기록했다. 전반 31분 안스가르 크나우프의 패스를 받은 주니오르 디나 에빔베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뮌헨이 무너졌다. 전반 35분에는 위고 라르센이 마르무쉬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왼발 슈팅을 시도해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성공했다.
전반 막판 뮌헨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반 43분 페널티 박스 앞에서 패스를 받은 키미히가 지체하지 않고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프랑크푸르트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전반은 프랑크푸르트가 3-1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뮌헨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데이비스, 누사이르 마즈라위를 빼고 하파엘 게레이루, 콘라드 라이머를 투입하며 수비진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후반 5분 만에 프랑크푸르트가 네 번째 골을 만들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에빔베가 파레스 차이비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프랑크푸르트가 다시 한번 뮌헨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15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패스를 받은 크나우프가 득점에 성공했다. 주심은 당초 오프사이드 반칙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VAR) 후 득점으로 인정했다. 이에 뮌헨은 후반 21분 에릭 막심 추포 모팅, 킹슬리 코망을 빼고 토마스 뮐러와 세르주 그나브리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5분 뒤 그나브리가 다시 부상으로 빠졌고, 자말 무시알라가 급하게 투입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뮌헨은 프랑크푸르트에 1-5로 패하고 말았다.
김민재 역시 5실점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날 김민재는 126회의 볼 터치를 했고 패스 성공률 93%를 기록했다. 또 3번의 경합 상황에서 모두 승리하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태클 성공률 50%, 인터셉트 2회, 클리어링 1회 등 비교적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아쉬운 평가가 이어졌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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